지난 17일 전북 익산시 낭산면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미들채의 이명주(오른쪽 두 번째)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포장 작업 중인 단호박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지난 17일 전북 익산시 낭산면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미들채의 이명주(오른쪽 두 번째)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포장 작업 중인 단호박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전북 익산 ‘미들채 유한회사’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이자 식사대용인 고구마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데 겨울철 한 철만 맛볼 수 있는 군고구마를 여름에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국내 최초로 아이스 군고구마를 출시하게 됐어요.” 모두가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서민들의 의사’로 불리던 고구마 하나로 생산부터 가공·유통·수출까지 하나로 묶은 6차 산업화에 성공해 억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전북 익산 지역의 한 농업회사법인이 주목받고 있다. 요가 강사 출신의 이명주(44) 씨가 대표로 있는 농업회사법인 ‘미들채 유한회사’가 그것이다. ‘미들채’는 맛있는 들녘 채소의 줄임말이자, 믿을 수 있는 채소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지난 17일 전북 익산시 낭산면에 있는 회사 정문을 들어서자 달콤한 군고구마와 단호박 냄새가 군침을 돌게 했다. 위생복을 걸친 뒤 공장 문을 들어서자 10여 명의 직원들이 구워서 냉동시킨 단호박을 절단해 저울로 100g씩 잰 뒤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군고구마 사업에 성공한 이후 두 번째로 찾아낸 사업 아이템이 단호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원래 고구마 유통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원물 유통을 하다 보니 부가가치가 낮은 데다 가격 급등락이 심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저장하다가 고구마가 썩어 버리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6차 산업이 추세인 만큼 시장 상황에 맞게 아이스 군고구마 사업을 기획, 생산부터 판매까지 직접 뛰어들어 해보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2년 8월 ‘미들채’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농업기술센터, 고구마연구회, 원광대 커플링사업단 등과 연계해 2년 넘게 연구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고구마 품종을 통일하고, 특허받은 노하우를 통해 고구마를 구워 상품을 출시했다. 고구마를 높은 온도에서 구워 급속 동결을 시키는 게 수분 손실을 막고, 군고구마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하지만 높은 당도를 유지하는 품종과 적정 온도 및 기술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한다.

‘한끼 군고구마’, ‘날씬이 군고구마’라는 상표명이 붙은 아이스 군고구마는 시장에서 단번에 히트를 쳤다. 여러 홈쇼핑에 납품하고 있는 데다 이마트·롯데마트 입점을 앞두고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현대백화점·갤러리아백화점 등 각종 백화점에도 납품할 예정이다. 2014년 한 해 매출만 14억 원을 넘겼고, 올해에는 20억 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에도 수출하고 있다. 홍콩, 두바이 기업과도 협약을 맺고,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1년에 두 번 고구마 생산이 가능한 베트남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들채는 군고구마에 이어 후속 개발한 단호박에 대한 반응도 좋아 출시와 동시에 수출 준비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현재의 공장 외에 30여억 원을 들여 익산 함라에 제2의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미들채는 노인과 장애인 고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고용하고 있는 생산직원 중 80%가량이 60세 이상 노인이며, 이 중 한 명은 장애인이다. 이들에 대한 건강관리 차원에서 수간호사 출신 직원도 한 명 채용했다가 잠시 보류하고 있는데 회사 경영체계가 잡히면 다시 고용할 생각이다. 또 제2공장이 가동에 들어가고, 단호박 생산이 본격화되면 생산 직원이 지금보다 2배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고구마, 단호박에 그치지 않고 굽는 기술을 활용해 후속 제품을 개발할 생각”이라며 “지역기업으로서 지역농가 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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