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 논설위원

최근 북한이 오토바이 개인 소유를 1년 4개월 만에 다시 허용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 보도했다. 북한은 2012년 오토바이 개인 소유를 허용했다가, 지난해 7월 금지했다. 그러다 지난 11월 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인민보안부 산하 군인상점에서 오토바이를 개인에게 판매할 뿐 아니라, 개인의 소유권을 보장하는 국가 인증서와 번호판도 발급하고 있다. 단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구매 및 등록비로 지불해야 한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장마당의 발전과 더불어 오토바이가 주요 유통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더 이상 규제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차라리 양성화해 관리하면서 당국의 수입을 늘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장마당을 통한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진행되고 있다. 북한 가계 경제의 80%가 배급이 아닌 개인적 경제활동을 통해 나온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북한 국가계획경제 체제는 사실상 붕괴하고 있다. ‘돈주’라 불리는 신흥 자본가층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창고에 과일과 채소를 쌓아두고 값을 조절하는 ‘허생전’ 식의 매점매석 행위마저 일어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장사나 사업을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초기 자금 마련, 단속·뇌물, 물류라 한다. 초기에는 자금과 단속이 문제였으나, 기반을 쌓은 돈주들에겐 물류가 더 큰 고통이다. 자금은 어느 정도 해소됐고, 뇌물 상납의 틀이 구조화됐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 물류 방식은 기차 차장에게 수수료를 주고 정해진 역까지 배달하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역으로, 역에서 시장으로 물건을 나르는 방법이다. ‘써비차(서비스차)’라 불리는 개인 영업차량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형 화물의 경우는 오토바이를 선호한다. 차량보다 구매하고 유지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추천으로 유명해진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의 종말’에 의하면, 거대 조직은 양적 증가 혁명→이동(mobility) 혁명→의식(mentality) 혁명을 통해 무너진다. 장마당과 돈주의 출현으로 양적 증가 혁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북한 이동통신 가입 수가 280만 명을 넘어서고, 휴대전화 보급도 370만 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오토바이 합법화는 이동 혁명의 시작이 될 것이다. 교통수단의 미흡으로 여행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을 뿐, 여행증 제도는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무력화됐다. 오토바이는 사회주의 체제가 거부해온 자본주의 청년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 정보기관이 가장 미행·감시하기 싫어하는 교통수단의 하나가 오토바이다. 오토바이를 미행하려면 오토바이를 타는 것 이외엔 다른 방법이 거의 없으며, 미행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진 않는다. 문제는 의식 혁명이다.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가 레닌에 따르면, 의식은 자생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혁명의식은 목적의식적 노력에 의해서만 대중에게 전파될 수 있다. 북한 김정은은 날이 갈수록 주민 통제수단을 상실하고 있다. 새해에는 북한으로 ‘자유의 바람’을 보다 의식적으로 불어넣는 작업을 본격 시작할 때다.

sjhwang@munwh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