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등 외신들 내년 전망 · 제언
지도자 부패에 ‘法治열망’ 커져


베네수엘라 우파 정당이 지난 6일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11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우파 후보가 당선되면서 남미의 전통 좌파 블록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2016년 남미전망’에서 “한때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좌파 물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던 남미 정치 지형이 썰물 기류로 바뀌고 있다”면서 12년 만에 들어선 아르헨티나의 우파정권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FT는 28일 “지난 15년간 원자재 슈퍼사이클(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경제 호황)을 누리며 포퓰리즘 정책 등을 펼쳐왔던 남미 좌파 블록이 해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핑크 타이드 붕괴보다 더 큰 변화는 남미에서 ‘법의 지배(rule of law)’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남미 지도자들은 국내 규율과 헌법 질서가 약한 틈을 타 무제한적 권력을 누렸지만, 올해 들어 남미 국민들 사이에서 법치주의 현대국가로의 이행에 대한 열망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 등으로 탄핵 위기에 처해 있다. 과테말라, 칠레 등에서도 대통령이나 그의 친인척들이 부패 혐의로 고발 또는 체포됐다.

중남미 전문 매체 텔레수르 역시 27일 “남미 국가들은 빈곤 퇴치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불평등 수준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재정적자 등 경제 상황대로라면 (총인구 5분의 1에서 3분의 1로 규모가 늘어난) 중산층의 신규 진입자들이 다시 빈곤 상태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남미의 2016년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FT는 “내년 남미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시기를 제외하고) 33년 만에 처음 움츠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중남미카리브해경제위원회(ECLAC) 분석에 따르면 올해 남미 전체 수출량은 지난해 대비 14%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도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또한 남미 경제에 적신호가 될 전망이다. 28일 브라질 재무부는 “11월 재정 수지가 213억 헤알(약 6조3000억 원) 적자”라고 발표했다. 이는 월간 재정수지로는 사상 최대의 적자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현재 3개 국제 신용평가회사 가운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렸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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