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韓日)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는 양국의 과거사 갈등과 관련해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50년 전인 1965년 12월 18일 발효된 한일기본조약 이후 양국 정부가 합의해 공동 발표한 사실상의 첫 사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민지배와 전쟁 등 굴곡 많았던 동북아 현대사를 돌아볼 때 역사 갈등은 수시로 돌출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가 지난 3년 동안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갔고, 양국 모두 상당한 부담을 떠안아야 했던 만큼 이번 합의는 위안부 문제를 넘어 한·일 관계 전반에 걸쳐 교훈을 준다.

이번 합의만 놓고 볼 때,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법적 책임’과 이에 기초한 ‘배상’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코 최상(最上)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이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총리 명의로 사죄했으며,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지원 계획을 명문화한 것은 일본 측에서 나온 방안 중 가장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정주의 역사관으로 무장한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얻어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전쟁을 통해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지 않는 한, 국가 간의 외교에서 원하는 것을 100%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2015년에 위안부 협상을 타결했다는 시의성도 중요하다. 동맹국 미국의 입장,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령으로 계속 타계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했다.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는 측의 주장처럼, 이번 합의가 ‘진정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의 산물임은 명백하다. 그렇기에 완벽한 해결도 아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이 독일처럼 되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양국이 ‘가깝고도 먼 이웃’이 아니라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이 되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북핵 문제 등 공조할 부분이 많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와 대(對)중국 세력 균형을 위해서도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 소원해진 경제·문화 분야에서의 협력·교류 복원도 절실하다. 이번 위안부 합의가 양국 모두 과거를 직시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전기(轉機)가 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가해자 일본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평가와 별개로, 박근혜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한·일 관계의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던 것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 문제와 경제·안보 협력의 투 트랙 접근법을 물리친 박 대통령의 고집이 역사 갈등의 새로운 해법을 만든 측면이 있지만, 잃어버린 것도 적잖기 때문이다. 과거사 해결도 최종적으로 국력에 달렸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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