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기준 한국의 공공(公共)부문 부채(D3)가 957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64.5% 수준이며, 전년에 비해 6.5% 늘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회계·기금 부채 533조2000억 원(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620조6000억 원(D2)에 다시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한 것에서 공공부문 간 거래를 뺀 것이다. D3에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부채를 보태면 부채 규모는 GDP의 100%를 웃돌고, 또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부채를 더하면 100%를 훌쩍 넘어선다.
공공부문 부채 증가는 주로 중앙정부의 부채 증가에 따른 것이다. 침체된 경기회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과 복지 지출 증대가 주요 원인이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부채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독자적인 문제로 파악해야지 상대적으로 비교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 간섭이 심해지고 있는 작금의 세계적 추세를 바탕으로 한 비교는 의미가 없다.
조세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데 간섭주의의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옳고 적절한 일의 한계를 설정하는 게 아니라, 간섭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공공부채 증가 문제도 그런 점에서 봐야 한다. 두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금융위기를 전후해 재정을 확대 투입했지만, 경제회복의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다. 많은 돈을 풀고 재정을 확대 투입한 일본의 20년 불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시장의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별다른 효과 없이 공공부채만 늘렸을 뿐이다. 많은 경제학도의 믿음은 정부 지출을 늘려 유효수요를 늘림으로써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런 정책은 되레 불황의 기간을 늘릴 뿐이다.
그리고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덜어줘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은 어떤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은 먹이 사정이 최소한의 생존 수준에 이를 때까지 새끼를 낳는다. 반면에 인간은 개인들의 평균 몫을 늘려 단순한 생존 이상의 생활을 누리려고 한다. 지금의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해, 지나친 인구 증가로 평균적 생활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막고 개인 간 이해관계의 갈등을 피하려는 현명한 대응일 수 있다.
앞으로는 고령화, 사람들의 선호 체계 변화, 산업 구조와 분업 방식의 변화, 개인당 소득 변화 등에 따라 출산율도 조절될 것이다. 이런 복잡다기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은 별다른 효과 없이 재정 지출만 늘려 공공부문 부채 증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12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급증도 그동안의 저금리 정책 영향이 크다. 이 점에서, 간섭주의는 경제의 운행을 방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긴커녕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만 쌓아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요즈음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에서는 정부의 경제 개입이 나날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런 결과 중 일부가 공공부문 부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경제를 잘 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지식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경제학이 현재의 탐구 내용과 방법론을 재조명하고 바꾸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2016년에는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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