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지속으로 올해 파산 보호를 신청한 전 세계 에너지 관련 기업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이란의 내년 원유 수출량 증산 계획으로 유가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30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 IQ 자료에 따르면 올해 파산 보호를 신청한 전 세계 에너지 관련 기업은 총 58개로 지난해 20개와 비교해 2.9배로 늘었다. 올해 파산한 에너지 기업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시달리던 지난 2009년(95개)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이는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에너지 관련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한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일일 원유 공급량은 수요를 170만 배럴 가량 웃돌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6월 20일 배럴당 107.26달러까지 올랐던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 1월 2일 배럴당 52.69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저유가는 올해 더욱 심해져 WTI 가격은 29일 현재 37.87달러를 기록했다.
저유가 심화로 올해 1∼6월 파산보호 신청 기업은 18개였지만, 7∼12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40개로 크게 늘었다. 특히 12월 들어서는 17일까지 7개 에너지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유가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파산하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기업들은 파산을 피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셰브론은 올해 6000∼7000명을 감원했고, 베어커 휴스는 1만500명을 줄었다. 달라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2014년 10월 이후 미국 원유업계 근로자 중 14.5%(7만 명)가 일자리를 잃었다.
내년 1월 1일 마감인 미국 2위 천연가스업체 체사피크 에너지가 30억 달러 규모의 채권 교환에 실패할 경우 에너지 기업에 대한 우려는 새해 들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는 21일 보고서를 통해 체사피크 에너지 사업이 낮은 원자재 가격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이란이 내년 원유 수출량을 200만 배럴로 늘리기로 해 에너지 기업을 옥죄고 있는 공급 과잉에 따른 저유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달라스 연은은 2016년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일일 60만 배럴 가량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경제 제재 해제를 앞둔 이란이 원유 수출을 늘리기로 하자 인도가 이란 유전·가스전 개발 참여에 적극 나서며 시장 선점에 들어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8일 인도를 방문한 알리 타예브니아 이란 경제·재무장관을 만나 이란과 유전·가스전 개발 등을 포함한 관계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인도는 서방 제재로 중도 포기했던 이란 파르자드-B 가스전 개발 사업에 다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이란 내 다른 유전 및 가스전 탐사와 함께 차바하르 항구 개발 사업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