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글로벌 인재 75명 육성
테스트 합격 땐 3개월 합숙교육 뒤
중국·터기 등서 진입전략과제 수행
파견 보고서는 실제 시장진출 활용
지난 18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만난 해외파견 태스크포스(TFT) 소속의 박종훈(33) 과장. 박 과장은 올해 ‘이스탄불에서 6개월’을 평생 못 잊을 추억으로 간직하게 됐다고 웃음 지었다. 회사 지원을 받아 터키 이스탄불에서 지난 5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일종의 파견근무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체류하며 회사가 진출을 목표로 두고 있는 터키 시장을 샅샅이 훑었다. 터키 화장품 시장의 잠재고객과 경쟁자는 누가 될지를 몸으로 부딪히며 진입전략을 도출했다.
“또 한 명의 동료와 같이 거주했지만 시장 조사 활동은 혼자 했습니다. 이스탄불은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 문명이 같이 공존하는 이슬람 문화권인데 어떤 아름다움을 선호하며 아모레퍼시픽이 어떤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지를 조사했어요. 말로만 글로벌 시장을 얘기하는데 직접 가보니 세계 시장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터키는 시장전망은 밝지만, 아직 화장품 부문이 성숙한 단계의 국가는 아니었습니다. 어느 정도 속도로 발전할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가능성은 크지만, 거시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진출 시점은 더 고민해야겠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박 과장은 “이스탄불은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고 큰 어려움 없이 과제를 수행했다”며 “특히 입사 후 5년 동안 회사가 내외적으로 큰 성장을 했음을 외부에서 다시 한 번 느꼈고 ‘기업 시민’의 일원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무거운 사명감도 안게 됐다”고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경험한 이 프로그램은 ‘혜초 프로젝트’. 지난 2011년부터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인재 확보 및 양성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첫해 8명, 2012년에는 10명, 2013년에는 6명, 지난해에는 11명이 다녀왔고, 올해는 40명으로 대폭 늘렸다.
프로젝트명에서 알 수 있듯이 혜초 프로젝트는 ‘왕오천축국전’을 집필한 신라 시대의 고승 혜초(慧超·704∼787) 대사의 도전정신과 기상을 이어받아 세계시장에서 맹활약할 인재를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파견한 나라도 첫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에서 이듬해에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일본, 브라질, 2013년에는 중국, 홍콩, 2014년에는 인도네시아,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칠레, 터키, 올해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프랑스, UAE, 브라질, 스페인, 콜롬비아, 터키, 중국으로 저변을 넓혔다.
미국, 태국은 아모레퍼시픽이 이미 진출한 뷰티 선진시장인데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시장까지 확대했다. 또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략시장인 중국의 경우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등 3대 도시부터 시안(西安), 하얼빈(哈爾濱), 충칭(重慶), 창사(長沙), 우한(武漢)까지 구석구석 파견했다.
혜초 프로젝트는 아모레퍼시픽 신입 입사자부터 만 3년 이상 근무자, 경력입사자의 경우 입사 후 2년 이상 등 동일 직무에 2년 이상 근무한 이에게 기회가 주어지는데 서류심사부터 GQ 테스트, 팀장 및 그룹 HR 면접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뽑는다.
박 과장 입사 동기만 해도 70명을 헤아리지만 이 프로젝트를 경험한 이는 5% 미만이다. 파견의 기회를 얻으면 3개월 동안 경기 용인의 인재교육원에 별도로 2013년에 조성된 ‘혜초하우스’에서 합숙하며 어학, 이(異)문화, 사전 데스크 리서치, 시장조사 방법을 배운다. 이후 6개월 동안 파견돼 개별적으로 전략과제를 수행한다. 회사가 파견기간 부담하는 비용은 개인당 약 1억2000만 원에 달한다. 파견 업무를 마무리하면 1인당 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발표 시간을 갖는데 ‘알토란’ 같은 현지 상황을 담은 귀중한 과제물은 실제 시장진출에 활용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에는 파견인력을 올해의 40명에서 20명 더 늘리고 파견기간도 9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연히 파견도시도 늘어난다.
아모레퍼시픽은 혜초 프로젝트 외에도 주재원 육성 지원 체계도 수립해 직무별 특화교육,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어학능력, 이문화 이해, 현지 조기 적응을 위한 주재원 가족 이문화 교육 지원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동력은 인재의 힘에서 나온다’는 게 회사의 인재경영 철학”이라며 “이를 통해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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