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난방카드’ 호응
이달 초 동주민센터에 에너지 바우처(난방카드)를 신청해 혜택을 받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주 성영숙(오른쪽) 할머니가 지난 28일 한전 모니터 요원들에게 전기요금 혜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이달 초 동주민센터에 에너지 바우처(난방카드)를 신청해 혜택을 받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주 성영숙(오른쪽) 할머니가 지난 28일 한전 모니터 요원들에게 전기요금 혜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원하는 난방에너지 골라 이용 “석달간 10만원 규모 큰 보탬”

읍·면사무소, 주민센터서 접수… 절차 간소화해 전화신청 가능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사는 성영숙 할머니는 12월 초 동주민센터에 ‘에너지 바우처(난방카드)’ 신청 후 전기요금 혜택을 받고 있다. 성 할머니는 추운 겨울에는 비싼 기름보일러는 사용하지 못하고 전기장판에 의지해 한겨울을 지낸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봐 맘 놓고 틀지 못하고 겨우 차가워진 손발만 녹이고 있다.

성 할머니의 난방카드는 가상 카드 형식으로 전기요금을 3개월에 나눠서 차감해 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분증을 가지고 주민센터에 가서 접수해야 하고 이후 전기요금 고지서를 제출해야 한다.
에너지 이용 취약 계층 난방비 지원 카드인 에너지 바우처.
에너지 이용 취약 계층 난방비 지원 카드인 에너지 바우처.

성 할머니는 한국전력에 전화로 고지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한전 직원이 직접 가져왔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28일 만난 성 할머니는 “기름보일러는 비싸서 설거지나 세수할 때만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 가동한다”며 “15만 원어치만 넣으면 아껴서 3개월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난방카드는 석 달 동안 10만 원가량 지원해 주니 큰 보탬이 된다”며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집에만 계셔 알지 못하니 많이 알려 다들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홍은동 신희자 할머니도 난방카드인 LPG 실물카드 혜택을 보고 있었다.

신 할머니는 “LPG 20㎏ 한 통에 3만9000원인데 지원받은 금액으로 더운물만 틀고 아껴서 사용하면 내년 3월까지는 쓸 수 있다”며 “도시가스를 사용하면 따뜻하지도 않고 비싸서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난방카드로 가스 2통을 더 쓸 수 있어 이번 겨울철에는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1월부터 난방카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에너지 이용권을 지급하고 난방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등유, 연탄만 지원하던 기존 사업과 달리 전기, 도시가스, LPG 등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의료 급여를 받는 1인 이상 가구이면서 노인(만 65세 이상)과 영·유아(만 6세 미만), 또는 장애인(1∼6급)이 포함된 가구다.

이번 난방카드 사업 배경에는 겨울철 에너지 이용 취약계층의 난방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2012년 겨울 전남 고흥에서 60대 할머니와 여섯 살 난 손자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다름 아닌 촛불. 6개월 전기요금 15만 원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기자 촛불을 켜고 자다 화마에 휩싸인 것이다.

이 사건은 일명 ‘고흥 촛불 화재’로 불리며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정책의 허점을 들춰냈다.

촛불 화재는 2012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302건이 발생했다. 전기가 끊겨 필요한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전국적으로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너지 빈곤층은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지출하는 가구를 말하는데, 2008년 120만 가구에서 2011년 178만 가구로 증가한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난방카드 신청 접수를 전국 각 읍·면 사무소와 동주민센터에서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난방카드 사업은 겨울철 추위에 취약한 저소득가구의 난방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올해 겨울부터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이다.

난방카드를 통해 전기, 도시가스, 연탄, 등유, 지역난방, LPG 등 난방에너지원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카드 형태의 전자 바우처로 지급된다. 난방카드 사업으로 수혜를 입는 가구는 약 80만 가구 규모다. 지원금액은 1인 가구의 경우 8만1000원, 2인 가구는 10만2000원, 3인 가구 이상은 11만4000원이다.

산업부는 최근 난방카드 가입이 전화로도 가능하도록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조사 결과 거동 불편 등의 이유로 직접 방문 신청이 어려워 아직 신청을 못 하신 분이 상당수”라며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읍·면·동 담당자와 전화 통화만으로 직권 신청이 가능하도록 신청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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