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땅콩 회항’ 이어
롯데 형제간 경영권 분쟁
SK 최태원 회장 이혼 결심
CJ 경영공백 상황 장기화

“비상경영에 주가도 출렁
반기업 정서 확산도 우려”


올 한해는 기업 오너(총수)가 경영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위험)’가 유달랐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영 관련 의사결정이 오너에 집중된 경향이 큰 한국 기업의 특수한 구조 속에서,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던 오너들의 ‘수난’이 주가하락, 경영 공백 등 경영적 피해를 줬을 뿐만 아니라 반(反)기업 정서의 극복을 더욱 더디게 한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반기업 정서를 최고조에 달하게 했던 지난해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후 1년여 만에 터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편지 이혼’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오너 리스크들이 이어져 재계가 크게 요동쳤다.

특히 최근 최 회장의 이혼 의사 공개는 부끄러운 개인사를 대중에게 솔직히 공개하고 기업경영에 더욱 몰입하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재벌총수의 도덕성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가하락 등 부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하면서 활력을 되찾아가던 SK그룹으로서는 4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

CJ그룹은 ‘오너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이 장기화 하는 양상이다.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파기환송심에서 예상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252억 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 공백이 본격화된 2013년부터 CJ그룹은 매출이 정체되는가 하면 과거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인수·합병(M&A)도 동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동국제강도 장세주 회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돼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가뜩이나 그룹 안팎의 경영상황이 나쁜 상황에 경영 공백까지 더해져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올 해 빼놓을 수 없는 오너리스크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오너의 사생활이 계열사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에서 보듯 한국 기업 풍토에서 오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일부 오너들의 일탈 행위가 기업 자체에 대한 반감과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승배 ·김윤희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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