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자유형 57㎏급의 김성권이 지난 12월 11일 태릉선수촌 월계관에서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80㎏짜리 대형 타이어를 끌고 있다.
레슬링 자유형 57㎏급의 김성권이 지난 12월 11일 태릉선수촌 월계관에서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80㎏짜리 대형 타이어를 끌고 있다.
펜싱 노가람(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체조 양학선, 탁구 전지희, 유도 정보경, 배드민턴 이용대.
펜싱 노가람(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체조 양학선, 탁구 전지희, 유도 정보경, 배드민턴 이용대.
- 태릉선수촌 24시 - (上)

오전 6시 찬공기 마시며 훈련 시작
로프 오르기·타이어 끌기 극한운동
쉴새없는 반복에 땀방울 ‘뒤범벅’

훈련뒤 1∼2㎏ 빠질만큼 힘들지만
금메달 떠올리며 이 악물고 참아


새해가 밝았다. 연말연시는 들뜨기 마련. 하지만 국가대표의 요람 태릉선수촌은 긴장감에 싸여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8월 5일 개막)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다는 듯 국가대표들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법.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혹독한 담금질을 마다치 않는 국가대표에게 오늘 하루는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징검다리다.

선수촌의 일과는 오전 6시 시작된다. 대운동장에 모여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하루의 문을 연다. 새벽 체조를 마친 뒤엔 달리기로 추위를 날려버린다.

지난 12월 11일 태릉선수촌 월계관. 대한민국 최고의 체력을 자랑한다는 국가대표지만, 이곳에선 입에 단내가 나기 일쑤다.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체력단련실이기 때문이다. 사이클, 러닝머신, 벤치 프레스, 바벨 등 다양한 운동기구가 기를 꺾는다. 겨울철 체력훈련은 한 해의 밑천이 된다. ‘선 체력, 후 기술’이 태릉선수촌의 전통. 그래서 국가대표들은 이곳 월계관에서 데드 포인트, 사점을 경험한다. 죽을 각오로 덤벼들지 않으면 한계를 넘지 못하고, 낙오된다.

태릉선수촌에서 강철 체력으로 소문난 레슬링 국가대표도 월계관에선 파김치가 되곤 한다. 남자 자유형 국가대표팀이 노재현 코치의 구령에 맞춰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110, 120, 130, 140, 끝까지 밟으란 말이야.” 140이란 ‘명령’이 떨어지자 선수들은 페달을 전속력으로 밟는다. 140rpm(분당 회전속도)으로, 자신의 최고 스피드를 10초간 유지하는 훈련. 이런 식으로 40초간 페달을 밟고 40초간 휴식한 뒤 다시 페달을 돌린다. 선수들은 반복훈련 3∼4회 만에 등줄기에 굵은 땀방울을 쏟으며 “악! 아∼악!”이란 비명을 질러댄다.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으면서 체력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인다. 이른바 지옥훈련. 다음 단계는 서킷 트레이닝, 즉 반복 순환운동. 무게 80㎏의 대형 타이어 끌기, 양손으로 로프 쥐고 흔들기, 바벨 들어 올리기, 밧줄 타고 오르기 등으로 구성된 반복 순환 운동을 되풀이한다.

레슬링은 57㎏급의 김성권(성신양회), 65㎏급 이승철과 86㎏급 김관욱(이상 상무·자유형), 75㎏급 김현우, 66㎏급 류한수(이상 삼성생명·그레코로만형)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박장순 자유형 감독은 “과거에 비해 레슬링 전력이 많이 약화됐지만 모두가 기적을 일구겠다는 마음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며 “혹독한 동계훈련이 올림픽의 열매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12월 22일 다시 찾은 월계관. 이번엔 여자 유도 대표팀이 ‘사투’를 펼치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월계관 천장에 매달린 굵은 로프를 타고 오른다. 상체 근력과 특히 유도 잡기에 필요한 악력을 키우는 훈련. 날다람쥐처럼 로프 위로 솟구친 48㎏급의 정보경(안산시청)은 “새벽 러닝, 웨이트, 도복(겨루기) 훈련을 매일 반복하는데 허리 부상이 낫질 않아 늘 극한의 고통을 느낀다”며 “금세 1∼2㎏가 빠질 만큼 힘들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떠올리며 참고 있다”고 말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70㎏급 금메달리스트인 김성연(광주도시철도공사)은 “매일 두 번씩 운다”며 “하지만 올림픽의 해이기에 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월계관 맞은편 개선관 2층에서는 펜싱 대표팀이 쉴새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다. 펜싱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 은 1, 동 3개를 획득하며 종합 5위 달성에 한몫했던 효자 종목이지만 최근 들어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런던의 영광을 리오까지’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훈련장에 걸어놓고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나뉘어 기량을 갈고 다듬는다.

펜싱은 스텝 훈련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펜싱이 강한 유럽에 비해 신장이 작은 탓에 쉴새 없이 앞뒤로 이동하며 방어하고, 또 틈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발놀림을 빠르게 하기 위해선 역시 체력강화가 필수. 펜싱 대표팀은 특히 런던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드림팀’을 구성했다. 조희제 감독은 “한국스포츠개발원 전문위원, 체력과 의무 트레이너, 비디오 분석관 등 4명으로 이뤄진 드림팀이 과학적 훈련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대표팀을 24시간 지원하는 체계”라고 귀띔했다. 런던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익산시청)은 “런던올림픽에서와는 달리 이젠 정상을 지켜야 하고, 경쟁자들의 기량이 많이 향상됐기에 부담이 크다”며 “경쟁자들의 장단점을 분석하면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4연속 톱10을 목표로 설정했다. 12월 말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양궁·체조 등 7개 종목 203명, 진천선수촌에서 수영·육상 등 9개 종목 198명의 국가대표가 굵디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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