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경복궁 근정전 월대의 원숭이 조각, 백자원숭이문양매병, 토우원숭이 사본.
왼쪽부터 경복궁 근정전 월대의 원숭이 조각, 백자원숭이문양매병, 토우원숭이 사본.
민속문화에 나타난 원숭이는…

잔나비, 즉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 동물로 만능 재주꾼이고, 자식과 부부지간의 극진한 사랑은 사람을 뺨칠 정도로 애정표현이 섬세한 동물이다. 동양에서는 불교를 믿는 몇몇 민족을 제외하고는, 원숭이를 ‘재수 없는 동물’(The emblem of ugliness and trickery)로 기피하면서도 사기(邪氣)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원숭이가 건강·성공·수호(보호)의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원숭이는 동물 가운데서 가장 영리하고 재주 있는 것으로 꼽히지만, 너무 사람을 많이 닮은 모습과 간사스러운 흉내 등으로 오히려 재수 없는 동물로 흔히 여겨졌다.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말하기보다는 ‘잔나비띠’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속설 때문이다. 잔나비는 원래 신(申) 자의 풀이인 ‘납’이 어근이다. 여기에 작은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 ‘잔’과 접미사 ‘이’가 붙어 ‘잔납이’가 연음으로 잔나비가 되었다. 우리 말에는 17세기까지도 ‘원숭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18세기에 와서 한자어인 ‘원성이’(원숭이 원, 원숭이 성)가 ‘원승이’가 되고 이것이 또 변하여서 오늘날의 ‘원숭이’가 됐다.

우리나라 민속에서는 원숭이가 꾀 많고 재주 있고 흉내 잘 내는 장난꾸러기 등 다소 부정적으로 등장한다. 또 탈 판에서는 사람의 흉내를 적나라하게 내는 원숭이를 통해 당대의 형식적인 도덕을 풍자와 해학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자기 등의 전통미술품에서는 좋은 동물로 많이 표현된다. 불교의 영향과 중국·일본의 원숭이 풍속 등으로 부정적인 관념이 희석됐다. 도자기나 회화에서는 모성애(母性愛)를 강조하고, 스님을 보좌하는 모습,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장수의 상징으로 그려져 있다.

흙으로 만든 고대 사회의 ‘토우’ 원숭이는 부적으로 휴대하거나 부장품 혹은 각종 용기의 장식으로 사용됐고, 십이지상의 원숭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방위신’ 또는 ‘시간신’의 지위를 지켜왔다. <도움말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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