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에서 살고있는 당신,
인간 존재의 의미 찾아 헤매다가
처음읽는 동아시아사도 접해보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꿈꾸게 되고
유혹하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
청춘의 문장들을 SNS서 사고
멋진 슈즈도 곁들인다면…
올 한 해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16년 새해엔 어떤 책들이 독자들을 설레게 할까.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현재 우리 삶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시도이다. 책을 통해 우리 시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공동 논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분야별로 보면 지난해 많은 출판사들이 뛰어든 교양 과학책 시장이 뜨거운 활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합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과학적 태도가 우리 사회에도 정착됐으면 한다. 2016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2016년에 나올 책들을 7개 주요 키워드로 나눠 살펴봤다.
1.성찰·대안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도 있고, 자본주의·민주주의 문제점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고세규 김영사 이사)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에 이어 한국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자본주의 병폐·정치·청년실업에 대한 비판,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책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음모론의 시대’를 쓴 사회학자 전상진 서강대 교수의 ‘세대 게임’(문학과지성)은 ‘성찰과 진단’ 카테고리에 속하는 책이다. 전 교수는 잉여·삼포 세대 등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말은 절망적이고 우울한 반면, 장년이나 노년 세대를 지칭하는 말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며 세대 간 대비와 대립이 강조되는 요즘 세태에 주목해 한국 사회를 풀어낸다. 한국 사회의 문제가 전 지구적 차원의 ‘글로벌 이슈’라는 점에서 외국 저작들도 우리 사회에 상당한 함의를 준다.
민주주의가 직면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 지음 / 갈라파고스), 출근길 총을 든 사람들을 탐사 취재한 ‘분노사회’(마크 에임스 지음 / 후마니타스),‘절망의 나라에서 행복한 젊은이들’로 국내에서도 반향을 일으킨 일본의 젊은 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또 다른 세대론 ‘희망난민’(민음사)도 주목된다.
2.과학열풍
과학책 출판사들은 모두 올해 다양한 과학책이 쏟아져 나와 중요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우주과학 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수학붐과 인공지능을 포함한 정보 테크놀로지 관련 책들이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양 과학서 열풍인 만큼 올해 각 출판사의 과학책 리스트는 화려하다.
베이징(北京)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폭풍이 몰아친다는 나비효과 개념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카오스’의 저자 제임스 글릭의 대작 ‘인포메이션’(동아시아), 통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2000쪽 분량의 ‘개미’(글항아리)와 신작 ‘인간 존재의 의미’(사이언스북스), 출판사가 ‘과학에 미친 한 사나이의 멋진 인생’이라고 전하는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김영사) 등이 기대작이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 사망 20주기를 맞아 연말에 나올 칼 세이건 전집(사이언스북스)도 올해를 장식할 과학책이다.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물리학자 이강영 경상대 교수,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등 국내 필자들의 저작도 나와 국내 과학서 붐을 이어간다. 새로운 국내 필자의 등장도 기다려진다.
3.역사봇물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역사학자들의 다양한 역사책 출간이 예상된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학자들의 집필 욕구를 자극했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발언을 주저했던 학자들이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저작을 내놔 책 시장이 현실세계의 대립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는 지적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역사학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선출되지 않는 권력, 남을 심판하지만 심판받지 않는 권력인 사법부의 역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진실을 탐문하는 ‘법비사’(돌베개)를,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 등은 동북아시아라는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의 지리적 개념을 확장하고, 각 지역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온 ‘관계맺음’에 집중한 동아시아 역사서인 ‘처음 읽는 동아시아사’를, 국문학자 강명관은 조선 여성이 가부장제 권력에 어떻게 대항했는지를 자세히 살핀 ‘신태영의 이혼’을 출간한다.
이와 함께 기존 검정교과서 출간 출판사들의 경우, 국정교과서 판매로 인한 매출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 관련 단행본 출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4.스타작가
어떤 분야든 스타가 있어야 분야 전체가 활기를 띤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스타 작가들의 잇단 등판이 반갑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키스 앤 텔’(1996) 이후 20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 소설 ‘코스 오브 러브(A Course of Love)’(은행나무)는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 3부작(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에 이어 나오는 이번 작품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오는 4월 미국 영국과 동시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신작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현대문학)도 상반기에 나온다. 소설은 아니지만 하루키가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 또 자신에 대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 하루키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9월에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 추락한 한국 소설 쪽에서는 ‘7년의 밤’‘28’ 등으로 한국형 스릴러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정유정 작가가 올해 초 신작 ‘종의 기원’(은행나무)을 내놓는다.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같은 공간에서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다.
5.취향저격
취향의 시대다. 세분화된 독자를 정확하게 목표로 한 세밀화된 주제의 책들도 올해 한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다수보다는 소수를, 일반 독자보다 세분화된 독자를 향한 실험적이고 다양한 책들이 나올 것이다.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세련된 편집 감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푸른숲’이 올해 출간할 ‘슈즈’는 이 같은 취향 세분화를 겨냥한 책이다. 남성 신발을 다룬 실용 패션서로 푸른숲은 빅 타이틀로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작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소소하게 작은 책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바다 출판사가 올해 첫 책으로 내놓은 2000년 전 중국 후한 시대 의술인 장중경의 저서 ‘상한론’도 세분화된 독자를 겨냥한 책이다. 국내 최초의 갑골학 박사이자 고문자학자인 김경일 교수가 고문자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시대에 따라 변환되는 글자의 의미를 검증해 마무리한 것으로, 광범위한 ‘대중’이 아니라 이 책이 꼭 필요한 ‘소수 독자’를 겨냥했다. 팬덤에 기댄 책들도 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이들은 가격이 비싸도 책이 꼭 필요한 독자들은 구매를 하기 때문에 적은 부수가 팔려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매출 구조를 갖추게 된다.
6.자기표현
SNS 시대, 자기 표현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설 쓰기에서 시작된 글쓰기 책들은 논술이나 자기 소개서 같은 실용적인 글쓰기를 거쳐 최근에는 자기 표현 수단으로서의 글쓰기로 확장되고 있다. 올해 다양한 글쓰기 책이 준비되고 있다. 소설 쓰기라면 퓰리처상 수상작가 제임스 A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예담)가 3월에 나온다. 소설 쓰기 노하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와 함께 영미권 3대 글쓰기 교본으로 꼽힌다. 지난 10여 년 동안 수많은 글쓰기 강연을 한 김기란은 ‘논문의 힘: 공부의 시작과 끝 논문 쓰기의 모든 것’(현실문화)을 통해 공부와 연구가 논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며 표절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논리적 글쓰기 비법을 알려준다. 지난해 우리 말 교양서 ‘동사의 맛’으로 주목받은 김정선은 구체적인 문장 다듬기 지침을 풀어낸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를, 60쇄를 돌파한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글쓰기 코치 강원국은 ‘강원국의 글쓰기’(메디치)를 출간한다. 한편 국문학자 정민 한양대 교수가 서양 문장론과는 다른 우리 문장론의 진수를 펼쳐 보이는 ‘한국 문장론’도 올해 나온다.
7.형식실험
책의 개념이 바뀌면서 종이책 이외에 다양한 매체에 대한 실험이 기대되는 한해다. 예를 들어 마음산책은 SNS상에서 소설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책 전체가 아니라 문장을 잘라서 판매하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85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며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미움받을 용기’의 이펍북도 새로운 형식 실험이다. ‘미움받을 용기 이펍북’은 출판사 인플루엔셜과 교보문고가 공동 작업해 1월 중순에 나오는 것으로 동영상, 그림 등이 들어가는 새로운 형식의 책이다.
이와 함께 올해엔 불안한 심리를 다독이는 심리 자기계발서, 쉬운 인문서의 출간붐이 이어지고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반대로 유명한 대가의 대중적인 책들도 많이 나올 예정이다. 해나 아렌트, 레비스트로스, 칼 세이건의 인터뷰집(마음산책)은 구어체라는 대중성을 매개로 한 책들이다.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저자로는 발터 벤야민을 꼽을 수 있다. 시간을 넘어 문화 비평의 강자로 다시 등장한 벤야민 관련 책은 900쪽 분량의 ‘발터 벤야민 평전’을 비롯해 최소한 5∼6권 출간될 예정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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