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은 어디 계세요?”

유병선이 묻자 안종관이 손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저기, 튜브를 타고 계시는데. 노란색 튜브요.”

“아, 아.”

바다를 바라본 유병선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오후 4시 반, 둘은 패리스호텔 전용 비치의 빌라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100m쯤 앞쪽 바다에 서동수가 튜브를 안고 떠 있었는데 수심이 얕아서 물은 배꼽 근처밖에 닿지 않는다. 넓은 바다에는 드문드문 남녀가 서 있을 뿐 한적하고 평화롭다. 이곳 바다는 맑고 얕아서 500m쯤 바다로 나아가도 깊이는 가슴 부근까지다. 그 앞쪽 산호초를 넘어야 깊어지는 것이다. 한동안 서동수를 바라보던 안종관이 유병선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디 다녀오신 거요?”

“아, 서울에다 전화를 했어요.”

안종관이 시선을 떼면서 입을 다물었으므로 유병선이 옆자리에 앉더니 다시 선글라스를 끼었다. 둘은 나란히 비치파라솔 밑에 앉아서 앞쪽 바다의 서동수를 보았다. 햇살은 아직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보고 있으면 더위가 다 가라앉는 것 같다. 그때 안종관이 앞쪽을 향한 채 말했다.

“예전에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이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 오라고 했어요.”

안종관은 앞쪽만 보았고 유병선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우리 보스가 오늘 여기서 쉰다고 하시길래 적적하실 것 같아서 부른 겁니다.”

“잘하셨어요.”

안종관도 앞쪽을 향한 채 말했다.

“내가 유 실장님 같았어도 그렇게 해드렸을 겁니다.”

“우리 보스, 자랑스럽지요?”

불쑥 유병선이 묻자 안종관이 풀썩 웃었다.

“결점투성이 양반인데 심복하게 돼요.”

“나도 그 원인이 뭔지 곰곰 생각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시 둘은 서동수를 응시한 채 잠깐 입을 다물었다. 다시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자랑스러워요, 저 양반.”

“오늘 미국 대통령 후보 월리엄 크리스를 발로 밟았지요.”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안종관의 말끝이 떨렸다.

“대마도, 난 난데없이 대마도 이야기를 왜 꺼내나 했지요. 그런데 보스는 큰 그림 이야기를 하더군요. 미국 대통령 후보 월리엄 크리스가 보스 앞에서는 어린애가 되어 버렸습니다.”

“헤이스 표정을 보았지요?”

유병선이 묻자 안종관의 눈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헤이스는 물론이고 브레넌도 보스에게 압도당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둘은 감동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난 둘의 표정을 다 보았어요.”

“우린 국력에 맞는 보스를 갖게 된 겁니다.”

그러더니 유병선이 길게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보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져요. 나는 요즘에야 그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건 욕심을 버려야 되는 것 같습니다.”

안종관은 듣기만 했고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기업 사장일 때는 사장다웠고 그룹 회장일 때는 회장, 장관일 때는 또 달라졌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버리고 또 찾아낸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변했습니다.”

그러더니 유병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여자, 비행기 탔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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