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또 한 번 자충수를 둔 것 같습니다. KLPGA 소속 국내 선수들은 연간 세 차례 이상 해외 투어에 출전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네 번째부터는 벌금(2000만 원)을 부과한다는 규정을 새로 만든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KLPGA는 외국에도 있는 규정이며, 국내 투어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도 이런 규정이 있지만, 상금 등 여러 면에서 뒤처지는 KLPGA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새 규정의 내용이 알려지자 내년 시즌 가장 주목받을 박성현을 타깃으로 삼았다며 ‘박성현 법’이라는 말까지 무성합니다. 박성현은 이미 LPGA투어 7개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박성현 법’은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더 큰 무대에 진출할 기회를 봉쇄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선수나 부모들은 드러내지는 않지만 KLPGA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이 뚜렷한 이유 없이 불참하면 우승 상금 전부를 ‘토해’내도록 한 규정이 좋은 예입니다. 이로 인해 전년도 우승자는 해외 퀄리파잉 스쿨이나 메이저대회와 일정이 겹치면 해외 대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몸이 설 수 없을 만큼 아파야 상금을 지킬 수 있습니다. 또 대회가 끝나면 대회 스폰서에게 출전 선수 전원이 감사의 편지를 써야 합니다. 한 선수는 “강제로 쓰려다 보니 편지를 서로 베끼기도 한다”면서 “이런 편지를 스폰서가 진심으로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털어놓았습니다.

KLPGA는 이벤트 대회에까지 협회발전기금 명목으로 상금의 10%(비회원), 6.7%(회원)를 징수했습니다. 선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징수했다가 LPGA에서 활동하는 스타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파문이 커지자 규정을 고쳤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데뷔 후 2년간 해외 진출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던 탓에 KLPGA를 거치지 않고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프로가 된 사례도 여럿 있습니다. 이 규정은 몇 해 전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선수들은 일류로 성장하는 반면 협회 행정은 삼류로 뒤처진다는 비난을 받았던 이유입니다.

KLPGA는 3월이면 집행부를 새로 구성합니다. 4년 가까이 KLPGA를 이끌었던 구자용 회장은 차기 회장직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에 재추대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세계 넘버 1’을 외치는 KLPGA가 석 달 뒤 재능있는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을 바꿀는지 궁금합니다.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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