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용 / 논설위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늘 자신만만하다. 어투도 간단 명료하다. ‘돈’ 관련 분야는 물론 정치·사회적 현안을 얘기할 때도 그런 식이다. 그의 사전에 ‘양비양시론’은 없다. 그래서 그를 만나고 나면 널브러져 있는 생각들이 정리되곤 한다.

‘기력 상실’ 한국 경제에 세밑 모처럼 활기찬 소식을 안겨준 박 회장의 대우증권 인수 관련 기자회견 내용을 신년 초 복기해 봤다. 여기에 오롯이 녹아 있는 그의 경영 철학이 경제 종사자들과 청년 실업자들에게 유익한 참고서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3가지만 추려 본다.

그가 향하는 최종 꿈의 발원은 특유의 야성(野性)이다. ‘이봐, 해봤어’로 대표되는 정주영식 도전 정신이다. 그는 2조4000억 원을 베팅해 단숨에 자기자본 8조 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를 거머쥔 그날에도 “아직도 갈증이 있다”고 했다. “외국 증권사 인수합병 큰 건이 한두 군데 더 있다”고도 했다. “기업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천천히 도태할 것”이라고도 했다. ‘잘할 수 있는 일에만 뛰어든다’는 소신도 그의 경영관의 요체다. 인터넷은행 진출 계획을 전격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미래에셋을 투자 아닌 대출 회사로 만들면 세상을 떠날 때 후회할 것 같았다”고 했다. ‘투자전략가 박현주’라고 적혀 있는 그의 명함도 같은 맥락이다. 뿔테 안경 속으로 보이는 차디찬 눈매와는 달리 ‘사람 사랑’도 각별나다. 그는 “대우증권 직원들이 다 후배 아니냐.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선배가 후배를 자르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까지 금융사 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하면 700여 명의 경력직을 채용하려 했다”고도 했다.

박 회장은 필자에게 “한국은 쉼없이 성장의 길을 달려가야 한다. 리스크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뭘 할 때마다 위험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주저하면 중심에 서지 못한다”고 했다. “앞으로 모두들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메기 역할을 단단히 해내겠다는 각오와 함께 ‘승자의 저주’ 우려를 당당히 헤쳐나가겠다는 다짐으로도 들렸다. 박 회장이 부르는 ‘미래가(歌)’가 병신년(丙申年) 새해 한국 경제를 책임질 각 주체들을 일깨우는 ‘죽비소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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