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의 바람이 간단치 않은 것이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조사 기관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가 대부분이다. 콘크리트 같았던 새누리당의 40%대 지지도 무너졌다. 신당 바람이 미풍이 될지 아니면 돌풍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현재의 정치구도를 흔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새해 민심이 전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정치적 결과물과 해법을 못 내놓고 있는 현재 양당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1일 0시를 기해 현행 선거구가 무효가 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여야 지도부는 그저 느긋하기만 하다. 대통령과 여론이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 경제살리기법, 노동개혁 입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선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인은 바른 사람이나 착한 사람이 아니다. 다수의 국민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 야당이야 자기 집안싸움 때문에 앞가림도 못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집권 여당을 이끌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무기력과 무능(無能)에 있다. 최근 발표된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 20%가 넘는 사람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일하다. 항상 1위를 달리던 김 대표는 반 총장이 포함된 조사에서 힘없이 밀려나고 있다. 문화일보 조사에서 반 총장은 23.4%인데 반해 김 대표는 10.1%로 4위로 밀렸다. 아직 구름 위에 있는 반 총장의 지지도는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올해 7월 대표 임기가 끝나는 김 대표에게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지난해 11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김 대표는 YS의 적자(嫡子)를 자임하면서 상주로 상가를 지켰다. 그러나 결단을 내리면 실패를 두려워할 줄 모르고 밀어붙이고 결과에 대해서도 온전히 책임졌던 YS의 모습을 김 대표에게서 찾기 어렵다. 정치적 명운을 걸었던 오픈프라이머리는 물 건너갔고 공천 룰 협상도 친박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 법안 협상이나 선거구 획정 그 어느 것 하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친박들의 도발에 “오늘만 참겠다”는 결기는 ‘매일 참는 남자’라는 비아냥으로 남았다.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친박 감별사’까지 등장하는 한심한 구태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당 대표로서 따끔한 질타 한마디 없다. 야당의 분열에 “180석 이상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만 부풀리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53석, 통합민주당 81석, 자유선진당이 18석, 친박연대가 14석, 무소속 25석으로 범보수 측이 200석 이상을 얻었던 때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지만 야권이 그때처럼 보수진영이 압승하도록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더욱이 야당 분열이 새로운 정치질서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는 순간 17대 총선의 탄핵 열풍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바람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대(무성 대장)’라는 김 대표의 이미지는 이제 대통령만 바라보는 우유부단한 여당 대표의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여당이 ‘3자 필승론’ 운운하며 야당 분열만 믿고 ‘진실한 사람’ 놀음만 하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12년 총선·대선 때 새누리당 이미지 변화에 큰 기여를 한 조동원 홍보본부장이 다시 영입돼 첫 작품으로 ‘개혁 새누리당’을 내건 것도 개혁성을 잃고 오만해져 가는 당에 경고를 주겠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야당 탓만 하고 개혁의 성과물을 내지 못한다면 그 후과에 대한 책임에서 김 대표가 자유로울 수 없다.
김 대표는 신년사에서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되고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총선 승리 비결은 머물지 않고 과감히 변화하고 확장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은 김칫국부터 마시며 기득권 나눠 먹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습 그 자체다. 야권 분열이 새누리당에 국회선진화 ‘악법’을 저지할 수 있는 180석 획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오히려 다당제 선거는 여소야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