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에 오른 10편 중 마지막까지 남은 건 세 작품이었다.
먼저 무명의 늙은 재즈밴드 단원들 얘기를 다룬 ‘하우스 오브 페인’은 일단 소재와 서술기법 면에서 신인다운 패기와 의욕이 돋보였다. 그렇지만 스토리의 촘촘함에 비해 주제의 틀이 다소 허술한 점, 과도한 각주 사용, 재즈에 관한 현학적인 사설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남은 두 작품은 어느 쪽을 당선작으로 내세워도 무리가 없을 만한 수준작이었다. 결국 전체적인 짜임새에서 선후가 갈렸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은 소설의 극적장치의 안정감, 풍부한 모티프의 활용이라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중소기업의 도산, 실직, 외국인 노동자, 고독사 같은 당대현실의 문제들을 짚어낸 점도 미더움을 주었다. 그러나 소설의 키워드라고 할 ‘의자’라든가 ‘실종’에 대한 모호한 마무리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전에도 봐놓고 그래’는 작가의 의도와 형식이 놀랍도록 짜임새를 이뤄낸 작품이다. 흡사 한 편의 무대극 같은 이 소설은 두어 시간 동안 벌어지는, 한 가족의 평범하고 남루한 생활의 단면을 칼로 오려내듯 보여준다. 극히 무의미하고 진부하게만 뵈는 이 풍경의 내면엔 시종 독특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흐르는데, 그것의 원동력은 극도로 단순하고 절제된 서술과 인물 간의 건조한 대화에 있다.
노인의 생일날 마당에 둘러앉아 개를 통째로 삶아 뜯어먹고 있는 일가족의 풍경은 삶이 아닌 말 그대로 ‘생존’의 섬뜩한 민얼굴이다. 그 풍경이 더없이 끔찍하고 괴기스럽기만 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인 까닭이다. 그리고 담벼락과 땅바닥을 뚫고 거침없이 틈입해오는 담쟁이넝쿨과 노모의 종아리를 타고 번지는 정맥류의 넝쿨손을 절묘하게 대비시킨 결말은 단연 돋보였다. 역량 있는 신인의 탄생에 축하를 보낸다.
심사위원 김원우·임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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