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별 ‘외교 민감 사안’ 보도 경향韓 - 위안부 문제
민족주의 정서 남아있지만
언론사별 긍정 · 부정 혼재

中 - 사드·남중국해문제
“韓中관계 기초 흔들릴 것”
인용 아닌 독자적 관측

日 - 위안부·전승절 문제
‘위안부 합의’ 정부 입맛대로
朴 대통령에 악의적 표현

한·중·일 간에 첨예한 외교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과 협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삼국 언론들이 상반된 스타일로 외교 현안을 보도함으로써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언론을 활용해 국내 지지를 끌어내고 상대국을 압박하려는 정부와 국민 저변에 깔려 있는 ‘민족주의’ 정서, 언론의 고유한 구조적 특성이 맞물려 더러는 삼국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더러는 협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중국 언론의 경우 당과 정부의 산하 조직으로 기관지 역할을 하고 있고, 일본 언론은 국익과 관련된 보도에서는 국수주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 반면에 한국 언론의 경우 언론사 성향에 따라 논조의 차이를 보이는 등 상대적으로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통화에서 “언론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민족주의, 대중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만 삼국, 특히 국가와 한 몸인 중국 언론과 전쟁·식민 지배에 대한 인식을 정부와 공유하는 일본 언론의 경우에는 언론이 ‘제4부’로서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보다는 상당 부분 ‘대리인(agent)’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한국 언론도 상대적으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만 정치적 색깔에 따라 외교·안보 이슈를 부각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은 존재한다”며 “언론을 통해 국내 여론을 형성하고 상대국을 자극하려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언론이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언론은 전문가들이 ‘사실상 정부와 한 몸’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정부의 강한 통제를 받고 있다. 중국 내에서 언론은 정부와 당의 부속기관으로 여겨지며 사실상 ‘기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언론 역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국익을 고려해 보도를 자제하기로 했던 데서 드러나듯 국익을 우선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건설적 협력’을 중시하는 관행이 퍼져 있다. 이에 따라 민감한 외교 현안이 발생할 경우 요미우리(讀賣), 산케이(産經) 등 보수 성향 신문뿐 아니라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 등 중도 성향 신문까지도 ‘정부 편’에 서서 보도하는 경향이 짙다. 한국 역시 국민 정서에 깔린 ‘민족주의 정서’를 벗어나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언론 개별 논조에 따라 외교 현안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삼국 언론의 차이는 최근 보도 경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일 정부의 위안부 협상과 관련, 한국에서는 정부가 기대했던 협상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기사만큼이나 부정적 기사도 보도됐다. 반면에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 많았다.

특히 소녀상 이전, 유네스코 등재 보류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언론들이 일본 정부보다 앞서 ‘왜곡보도’ ‘추측보도’를 남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에는 산케이 신문 등 극우 신문뿐 아니라 아사히 등 과거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언론사도 동참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이번 협상을 끝으로 위안부 문제를 매듭짓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며 “소녀상, 유네스코 등재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국 언론에 유리하게 설명했고, 그게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소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언론은 한·일 간 협상에 미국을 끌어들이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신화(新華)통신은 “이번 합의는 (일본의) 자각된 양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압력 속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선택이라는 측면이 더욱 크다”며 “이 또한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이 같은 중국 언론의 보도는 최근 계속되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과 연결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국제 문제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지난해 10월 사설에서 “미국 군함이 난사(南沙)군도 12해리 이내를 침범할 경우 중국은 반드시 반격해 제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이 먼저 ‘군사적 반격’을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입’으로 중국 정부의 행동을 보도한 것은 언론의 ‘선’을 벗어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과 일본 언론의 도를 넘은 ‘정부 편들기’는 주요 외교 현안마다 반복됐다.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논란이 됐을 당시 중국 언론은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한·중 관계의 기초를 흔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 문제를 우려해 정부 관계자의 ‘입’으로 하기에 부담스러운 발언을 중국 정부에 귀속된 관영 언론이 대신해줬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 행사 참석에 대해 “이씨 조선(조선 시대)에도 박 대통령과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며 “민비(일본에서 명성황후를 낮춰 부르는 말)는 ‘사대주의 도착(倒錯)’으로 암살됐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이 일본이라는 언급 자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대주의’가 일제 강점기 조선과 중국 사이의 외교관계를 폄하하기 위해 일본이 악의적으로 사용한 단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의 ‘선’을 한참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일본은 언론인을 포함한 지성인 자체가 전쟁과 식민지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고 중국의 언론인들도 사회주의 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자연스레 언론이 정부의 왜곡된 인식을 비판하기보다 정부의 행보와 ‘궤’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국가-언론-대중’이라는 구조를 무너뜨릴 수는 없지만 한국 언론부터 사실에 충실하면서 국가의 이익, 대중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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