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한국 경제 전망이 말 그대로 ‘사면초가’인데, 새해 벽두부터 또 하나의 심각한 악재(惡材)가 보태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3일 이란과 단교(斷交)를 선언하는 등 중동 상황이 대전(大戰) 직전까지 가는 심각한 사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강대국인 두 나라의 충돌은 예멘·시리아 내전이나 이슬람국가(IS) 문제 등 이른바 ‘골칫거리’ 차원을 넘어서고, 1천 년 이상 지속된 수니·시아파 갈등을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일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 4명을 포함한 47명을 사형에 처하면서 시작됐다. 그 중에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니므르 알니므르가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격노케 했다. 이란 시위대는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 난입·방화했으며, 제2 도시 마슈하드에서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돌을 던지고 사우디 국왕 사진을 불태웠다. 사우디의 시아파 인구는 약 15%다. 그러나 시아파 거주지가 원유 생산지에 집중돼 있어 사우디 정부는 이들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이라크·바레인·레바논 등에 ‘시아파 벨트’가 결성되는 것을 우려하고, 미·이란 핵협상 타결에 반대해 왔다. 사우디는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980억 달러 재정적자를 냈으며, 예멘 내전 장기화로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한국은 사우디와 이란 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드문 나라’다. 두 나라의 충돌로 인한 피해가 그만큼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나라 모두 한국의 주요 원유 공급지이자 해외 건설 시장이다. 마침 핵 문제 타결로 이란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 양자 택일을 강요받는 등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는 사태 추이를 주시하면서, 피해를 줄일 대책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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