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국회의원 손 의원의 대사를 보면 “정치란 국가의 생존, 국민의 생존 그리고 나의 생존이다”는 대사가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국가와 국민은 등한시하고 자신의 생존만을 위한 존재들로 그려진다. 현재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과 지역 공천에 몰입해 허송세월하는 노동개혁 입법(立法) 과정을 보면 영락없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정치를 보게 된다.
정치권의 진정성도 없어 보인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협점을 찾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학자들을 정치권 진영들의 주장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줄 세우는 모습이다. 전문성에 기반한 논의보다 정치적 딜에 익숙하다. 예컨대, 현재 기간제 상한 2년에서 2+2의 정부안(案)에 대응해 밑도 끝도 없이 정치 절충안으로 3년안이 제시된다. 현재의 기간제 상한인 2년이 제정될 때도 초기안 3년 상한이 야당안 1년과 정치적 딜을 해 2년이 된 것과 같다. 어떤 상한이 국가와 국민에게 적합한지 판단키 위해 노동시장 실태를 통계치 분석을 통해 파악하거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고도 오는 4월 13일로 다가온 총선에서 취직 때문에 고민하는 자식들과 그 부모들의 표를 얻으려 한다면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지금이라도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국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5대 노동개혁 과제 가운데 노사정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한 3대 과제(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고용보험·산재보상보험 관련 제도)는 바로 입법해야 한다. 기간제와 파견제는 노사정위 공익전문가안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기간제의 경우 35세 이상 근로자는 2+2 방식으로 본인 희망 아래 2년 연장을 담고 있는 정부안에 비해 공익안은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담고 있다. 35세 이상에 한해 연장하거나 특정 직무에 제한한다든지 개별 사업장 특성에 맞춰 노사가 다양한 형태로 합의할 수 있다. 근로자 대표가 반대하면 현행 2년 상한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노사의 사적 자치에 따라 사업장별로 설계할 수 있어 무작정 반대할 명분도 없다.
한편, 파견허용 업종에 중소기업 뿌리산업을 포함하는 정부안과 대비해 공익안은 상용형 파견을 전제로 허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상용형 파견이란, 비파견 기간에 파견업주가 휴업수당을 주고 훈련을 제공해 그렇지 않은 등록형 파견과 대비된다. 공익전문가들은 정부의 상용형 파견 육성 지원책을 마련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 주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일본은 근래 상용형 파견과 등록형 파견을 구분해 상용형 파견 기간을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이로써 현재 일본 전체 파견근로자 중 상용형 파견이 20~30%를 차지한다. 이는 등록형 파견이 전부인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대비된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과 초고령사회를 겪으면서 심각해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제도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자민·민주·공명당 등 정치권의 타협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친기업과 친노조로 나뉘어 이데올로기에 집착해 타협이 어려운 우리 정치권과는 대비된다.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오는 8일까지 나흘밖에 안 남았다. 미래에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한 노동개혁 입법이 여야의 대승적 타협으로 성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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