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 연세대 교수·정치학

새해 벽두부터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탈당 선언으로 정치권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오는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은 선거공약(公約)을 개발하긴커녕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싸고 내부 권력 갈등에 휩싸여 있다. 야당은 비주류 탈당 사태로 이어져 분당이 진행 중이고, 여당은 공천 제도를 놓고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간의 숨 가쁜 결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주요 국정 현안들은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우려되는 것은 4·13 총선이 정책 실종 선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국회는 총선 선거구 획정을 법정 시일 내에 처리하지 못해 선거구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현재 정당은 20개가 등록돼 있고 16개의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이 신고됐다고 한다.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정당들이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정당 간 이합집산이 유독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당이 분열돼 ‘안철수 신당’이 출현하게 되면 정책 경쟁보다는 인기몰이 중심의 선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당들은 분열과 통합 등 혼란한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전통적 가치와 이념 및 정책 노선을 따르기보다는 즉흥적 선심성 공약과 대중 영합주의적(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달 여야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농어촌 보상을 위해 기업으로부터 10년 간 1조 원의 상생 기금을 걷기로 한 것을 들 수 있다. 다당(多黨) 체제 속에 치러질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과반수 의석 확보, 두 야당은 제1야당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득표 경쟁을 벌일 게 뻔한 만큼 총선 승리용 포퓰리즘 선거공약에 집중할 것이다. 또한, 이번 총선 결과는 내년 12월 대선 후보들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표만을 의식한 잘못된 선거공약은 국가재정을 혼란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경제민주화 등이 모두 선거 과정에서 나온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 중에서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은 중앙-지방 정부 간의 충돌과 지방의회에서 여야 간의 몸싸움을 유발했고, 기초노령연금은 예산 부족으로 하위 70% 노인에게만 지급하고 있으며,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로 정책이 바뀌었다.

대체로 야당이 대중 영합주의적 정책을 선도하고 여당이 이를 뒤쫓는 양상이다. 물론 선거에서 각 정당은 유권자들의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공약을 조정한다. 그러나 이런 선거공약들이 지나치게 자신의 정책 노선을 벗어나거나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공약(空約)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선심성 복지 공약이 국가재정을 압박해 장기적으로 국가부도의 길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는 사실은 그리스 사태에서도 볼 수 있다.

경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정책이 실종된 선거를 치른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신흥국들의 외환위기,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기술 경쟁력 증강, 가계부채 부담과 내수침체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등은 장기 침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포퓰리즘 공약에 몰두하기보다는 합리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 지향적 정책을 개발해 선거에 임해야 한다.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거나 갈등이 첨예한 정책에 대해선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정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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