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회 : 김구철 문화부 부장대우
- 크게 체감할 변화
“기업들‘사업재편’ 구조조정 활발
소통·협업능력·분석력 등 키워야
드론·무인車 관련 新 직업군 주목”
- 창업을 위한 준비
“의식주 外 신기술로 스타트업 해야
전공과 상관없이 많은 기술 습득을
다양한 시도하는 20代 자생력 강해”
- 삶의 방식·생각의 틀
“자급자족 확산… 귀농도 그런 개념
밥그릇 연연말고 과감히 내려놔라
집도 줄이고 최소한으로 생활해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 이에 따라 사람 간 의사소통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 지구촌이 하나로 묶여 돌아가며 내 나라 남의 나라 할 것 없이 경제 상황의 변화를 알아야 가까운 미래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살 날은 많아졌지만 할 일은 줄어들고, 계속 뭔가를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가치관의 혼란마저 겪고 있다. 2016년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뭘 준비해야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문화일보는 미래학자와 트렌드 전문가의 ‘2016년 살아남는 법’ 대담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며 자신만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지난해 12월 17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에는 수십 년 후의 세계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소개해온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와 매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트렌드를 예리하게 분석해온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사회자 = 2016년에 우리 국민이 가장 크게 체감할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
△김용섭 소장 = 산업의 변화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활발해진다. 과거에는 개별회사가 기반을 다지고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했지만 지금의 구조조정은 사업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목표를 새로 정하는 쪽으로 맞춰지고 있다. 바뀌지 않은 기업은 망할 수도 있다. ‘대마불사’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만큼 절박하다. 사업방향이 변화하려면 투자가 왕성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아직 소극적이다. 대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핵심이다. 개인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만날 거다. 이런 변화에 대처하려면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 사업을 벌이든 집을 사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 절대 빚을 내서는 안 된다. 빚을 낼 때는 갚아 나갈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의 계획이 회사에서 안 잘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회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개인이 국가를 위해 무리하게 소비할 수는 없다. 개인은 고용 불안정 상황에서 발생할 돌발변수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긴축을 해야 하고, 저축도 해야 한다.
△박영숙 대표 =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가 사라지면 창의력, 협업 등이 강조되는 ‘메이커 시대’가 온다. 사람의 머리로 다운받을 수 있는 용량이 3기가 정도인데 슈퍼컴퓨터는 1초에 1기가의 정보를 받는다. 또 2019년에는 슈퍼컴퓨터 수백 대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지식을 한곳에 모아 제공하는 구글의 글로벌브레인이 나온다. 이제 지식을 배우기보다 가져오면 된다. 2016년은 그런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원년이다. 핀란드 등 7개국이 이미 이런 시대를 대비하는 교육법안을 만들어 2020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대비를 안 하고 있다. 오히려 변화에 저항하는 분위기다.
△사회자 = 이런 변화에 대비하려면 장기적으로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혼란을 거듭하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박 대표 = 몇몇 나라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이미 20년 전부터 영어, 수학, 물리 등 기존 교과과목을 없애고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협업능력, 분석적 사고를 키워 주는 쪽으로 교육정책의 변화를 논의해 왔다. 핀란드 등 7개국은 2020년부터 기존 과목을 없애는 법을 3년 전에 만들었다. 과목별 교사는 없어지고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소통),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창의력), 크리티컬 싱킹(Critical Thinking·사고력),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 등 ‘4C’를 가르치는 교사만 남는다. 학생들은 교과서가 아닌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2020년부터 대학의 구조조정이 시작돼 2030년에는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학이 가장 많이 사라질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 수는 호주의 200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교육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김 소장 = 교육의 틀을 바꾸는 나라들은 이미 10년 혹은 20년 전부터 그런 부분에 대해 논의했고, 그 내용을 공유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그런 주장이 나왔지만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대학입시에 묶여 있다. 교육부문이 가장 심각하다.
△사회자 =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젊은 층에서 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또 100세 시대를 맞아 직장을 나온 사람들이 ‘인생 이모작’을 꿈꾸며 창업에 나서고 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김 소장 = 요즘 창업 지원자들이 제출하는 제안서를 보면 모두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치킨집, 카페, 옷가게 등만 생각한다. 정부에서 그런 쪽에 지원하는 것은 ‘사업지원’이지 ‘창업지원’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기술이다. 의식주가 아니라 신기술로 창업해야 한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청년들은 취업이 안 되니까 창업을 하려고 한다. 창업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려면 적어도 5년, 10년을 바라보고 교육제도를 전부 바꿔야 한다. 정책과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박 대표 = 창업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아이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르게 가르쳐야 한다.
△사회자 = 그렇다면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박 대표 = 이제 3D 프린터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휴렛팩커드에서 3D 컴퓨터가 나온다. 또 3만 개의 노즐로 초당 3억5000드롭(drop)을 뿌리는 제조용 3D 프린터가 상용화된다. 그 프린터 하나면 5000명이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다.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고 그 프린터를 사들일 것이다. 또 100만 원 이하 가격의 가정용 3D 프린터도 나온다. 부엌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밤에 치약, 칫솔 등 생필품을 입력하면 아침에 쓸 수 있다. 피자 등 음식도 만들 수 있고, 소형 주택도 지을 수 있다. 아웃소싱 시대는 가고 인소싱 시대가 다시 온다. 교역이 줄어들게 되고 조선사업도 없어질 거다. 올해부터 가내수공업 형태가 가시화된다.
△김 소장 = 내 생각은 좀 다르다. 3D 프린터를 일반 가정에서 쓰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 또 그걸로 뭘 만들 것이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비싼 기기를 돌릴 수는 없는 거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1인 제조와 창업 이야기를 꺼내는 건 다음 숙제다. 다만 어떤 시대가 올지 미리 힌트를 얻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도 다 대비하고 있다. 로봇, 드론 등의 사업부를 만들어 놓고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안 바꾸면 죽는다는 생각들을 다 하고 있다.
△사회자 =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김 소장 = 창의력을 높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창의력을 높이려면 틈새가 생겨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게 없다. 기성세대는 돈 되는 곳에만 들어갔고 다양한 시도를 안 했다. 오히려 취업이 어려운 젊은 층에서 그런 곳을 공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대에서 시작된 이런 흐름이 30대, 40대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력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남들 하는 것만 따라 하며 편입 효과를 중요하게 여겼다. 자기만의 개성이나 취향을 가지지 못해서 불행했던 거다. 요즘 들어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버리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분위기는 단순히 소비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관점 자체가 달라지는 걸 의미한다. 창의력과 관련된 기업의 프로젝트를 감수해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력은 오랫동안 놀면서 체득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창의력조차 학원에서 배우려 한다. 대기업도 그렇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놀면서 쌓아가는 게 익숙한 미국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진다. 우리는 새로운 화두라고 해도 외국에서 가져와 우리식으로 학습하려 한다. 창의력이 화두가 됐다는 건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는 의미다. 3D 프린터가 일반화되면 인재를 키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쓸모없는 인력이 생산되는 걸 막아야 한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나온다. 과거에는 취업해서 돈 버느라 다른 생각을 못 했지만 요즘은 이것저것 시도하고 인터넷에 끄적인 걸 올리고, 그렇게 노출되며 새로운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 시도를 하는 20대가 기성세대보다 자생력이 강하다. 기성세대는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된다. 창의력이 없다 보니 치킨집만 늘어나는 거다.
△박 대표 = 미국 캘리포니아에 금광 열풍이 불던 골드러시 시대에 포니 익스프레스라는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지구촌에서 가장 빨리 망한 회사로 기록됐다. 당시 서부에서 동부로 편지를 보내려면 18개월이 걸렸는데 이 회사에서는 18세 아이들 3000명을 모아 말을 타고 10일 만에 동부로 편지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했다. 돈을 엄청 벌었지만 3일 만에 문을 닫았다. 전보가 생긴 걸 몰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기업의 평균수명이 36년이었지만 지금은 15년으로 줄었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2030년이면 기존에 있는 직업 중 20억 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명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130세까지 살게 되면 25세까지 배운 지식을 100년 이상 우려먹어야 하는데 계속 새로운 기술이 나오며 먼저 개발된 기술이 붕괴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없다. 멀티플레이어의 세상이 온다. 홀로 메이커가 돼 버티려면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 계속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코세라, 무크 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과 상관없이 다양한 기술을 배워야 한다. 또 50세에 철학을 배우고, 60세에도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사회자 = 자원이 고갈되며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느 분야가 가장 유망한가.
△박 대표 = 토니 세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저서 ‘에너지 혁명 2030’을 통해 앞으로 석유·석탄·핵발전소가 사라지고 태양광이 에너지 판도를 바꿀 거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태양열이 유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태양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제 태양열을 이용해 누구나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김 소장 = 과거에는 태양열 사업으로 돈을 벌려고 하다가 망한 거다. 이제는 자급자족의 개념으로 태양열이 다시 각광 받고 있다.
△사회자 = 은퇴 후에 귀농·귀촌을 하는 것도 자급자족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삶을 추구해야 하나.
△김 소장 = 맞다. 앞으로는 다 내려놓아야 살 수 있다. 지킬 거 다 지키고 어떻게 사는가. 사람들이 못 내려놓는 이유는 자신이 적당한 위치에서 계속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을 다음 세대에 넘겨줄 줄 알아야 하는데 지금 기성세대는 그걸 안 한다. 유럽의 몇몇 나라가 재정 위기로 파산하면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남의 나라 큰 기업이 망하는 걸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잘 내려놓는 것이 숙제다. 한 번 당해서 무너져 봐야 한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 국가가 살 궁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선거가 중요하다. 어떤 당을 찍어야 할지 생각하지 말고, 어떤 정책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봐야 한다. 또 필요한 정책을 요구하고, 받아와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비빌 언덕이 생긴다.
△박 대표 = 은퇴 후에는 자연인이 돼야 한다. 창업은 옆 사람 것을 빼앗는 거다.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소한으로 살아야 한다. 농사지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귀농·귀촌을 하면 망한다.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야 한다. 각자 집에서 물고기를 키우고 텃밭을 가꾸며 먹고사는 신농업혁명이 온다. 치킨집 차려서 1년 만에 날리지 말고, 적게 쓰면서 스스로 해먹어야 한다. 집도 줄여 타이니하우스로 가야 한다. 넓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이 좁은 곳에서 사는 사람보다 18년 빨리 죽는다는 통계도 있다. 노년이 되면 몸이 불편해지고, 그때 집이 크면 청소를 제대로 못 해 먼지로 오염된 환경에서 살다가 빨리 죽게 된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욕심을 줄이다 보면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메이커 시대가 오면 의식주가 모두 싸진다.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를 찾는 시대가 온다.
△사회자 =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각의 틀도 바꿔야 할 것 같다.
△김 소장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밥그릇을 지키는 데 연연하지 말고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기성세대는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혁신의 대상이다. 과거의 방식대로 일하는 게 기성세대이고 배운 게 그거다 보니 놓치면 밥그릇이 떨어질까 두려워 못 놓는 거다. 기업들도 변화하며 살아남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변하지 않는다. 기업이 새 사업을 하면 잉여인력이 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다. 대학도 혁신하려면 교수진이 바뀌어야 하는데 한 번 교수가 되면 신진세력을 막아내려 한다. 기성세대가 지닌 최고의 무기가 밥그릇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유능한 사람들이 클 수가 없다. 새로운 세대가 들어올 수 없으면 사회가 도태된다. 조직에서 나가지 않고 버티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도 못하겠고, 스스로 못 바꾸겠으면 조직을 나가야 한다.
△박 대표 = 미국과 호주에서는 미래의 변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치는데 우리는 과거 역사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들은 그런 공부를 하며 창의성을 키우는 거다. 부자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옷장이 커야, 또 어떤 사람은 와인셀러가 커야 부자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아파트, 큰 자동차 등 부자의 기준이 같다. 자기만의 생각이 필요하다.
△사회자 =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 앞으로 인구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은 없나.
△박 대표 = 지금처럼 인구가 줄어들면 2305년에 우리나라에 5만8000명만 남는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한국을 소멸국가 1호로 부른다. 1982년에 우리나라에서 8만 명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당시 외국에서는 한국을 저출산위험국으로 분류했던 상황이라 미국인인 내 남편이 놀라더라. 결혼한 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나도 동거하며 아이를 낳았다. 아이슬란드는 68%의 아이들이 혼외 출생이다. 2040년이 되면 결혼제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에는 싱글맘학교가 있다. 이 학교에서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려 주고 직장도 구해 준다. 또 동네 할머니들이 아이를 봐주고, 싱글맘들은 할머니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서로 윈-윈인 거다.
△김 소장 = 저출산은 재앙이다. 노인이 많아지는데 부양할 젊은이가 없게 된다. 저출산 관련 정책을 펴는 테이블에 아이를 안 낳은 사람이 없다. 아이를 많이 낳은 기성세대가 ‘아이들은 자기 먹을 것을 타고난다. 10명도 낳았는데 2명을 왜 못 낳냐’며 정책을 만드니 효과가 없는 거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생각이 전혀 다르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고 일자리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낳을 엄두를 못 낸다. 자기 앞길도 빠듯한데 내 아이의 미래는 더욱 빠듯할 거란 생각을 한다. 출산율이 높은 유럽의 특징은 결혼 안 한 사람들이 낳은 아이도 차별이 없다는 거다. 우리 사회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결혼 안 한 사람들이 낳은 아이를 법으로 보호해 줘야 할 텐데 그건 안 하고, 단순히 요즘 젊은이들을 이기적으로 보고만 있다.
△사회자 =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하나.
△김 소장 = 생기는 직업보다 없어지는 직업이 많을 거다. 기존 일자리에서 전용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정보기술(IT) 이슈를 일자리와 연결하는데 그쪽은 이미 세팅된 사람들이 하는 거지 새로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현재 20∼30대 직장인이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박 대표 = 드론 디자이너 등 드론과 관련된 직업군이 48개 정도 새로 생기고, 무인자동차 관련 일자리와 3D 프린터 제조, 태양열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직업 등이 관심을 모을 거다.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사회자 =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가치관의 혼란이 올 수 있다.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개성을 살려 존재감을 극대화해야 하지 않을까.
△김 소장 = 자신의 일상을 드러낼 수 있는 노출 경로가 많아졌다. 남의 개성을 부러워하며 갈등도 생긴다. 기성세대가 봤을 땐 갈등이고 젊은 세대가 볼 때는 일상이다. 서로 드러내는 시대다. 취향은 자신만의 주관과 안목을 전제로 한다. 그게 없으면 취향이 아니다. 과거에는 유명한 것, 비싼 것을 중요시하는 게 취향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하게 써보고 알아야 취향이 나온다. 라이프스타일과 태도가 바뀌었다. 앞으로 더 바뀌어야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취향을 다루는 시장이 생기고 기업도 주목하게 된다. 그러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의 취향은 다 자기를 위한 거다. 남에게 자랑하는 취향은 매력적이지 않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비싼 물건을 못 산다. 그런 욕망을 채울 수 없다. 한국인들은 과거 결혼, 집, 직업 등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됐다. 사실 천박했다. 그동안 우리는 썩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더 이상 돈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이제는 취향으로 행복해져야 하는 시대다. 각자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경험을 통해 알아내는 거다. 기업들도 취향을 발견하고 발굴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제공해 주는 거다.
△사회자 =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라이프스타일이 또 한 번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어떤 변화인가.
△김 소장 = 스마트폰 시장이 이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변모한다. 이제 사물인터넷 시대가 온다. 예를 들어 내 자세를 바꿔주는 디바이스가 장착된 의자가 나온다. 빅데이터도 그 틈새에서 사람들의 욕구를 해석하고 도와주게 된다.
△박 대표 = 책상에 있던 것들이 모바일로 갔다.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갈 것이다. 카카오톡이 일상화되며 이메일도 잘 안 쓴다. 과거에 누구나 다 사용하던 것들은 사라지고 새것이 온다. 웨어러블이 대세다. 이미 구글안경이 나왔고, 옷을 누르면 화면이 나오고, 스마트 기기를 몸에 주입하는 시대가 온다. 스마트폰에 몰려 있던 애플리케이션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확산될 것이다. 미래는 곧 다양성이다.
△사회자 = 요즘 ‘응답하라 1988’이 큰 인기다. 결국 개인에서 다시 가족, 우리, 집단으로 귀결되는 듯한 인상이 든다. 인류의 욕구와 패러다임은 계속 돌고 도는 것인가.
△김 소장 =‘응답하라 1988’이나 ‘삼시세끼’는 더 이상 그게 없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것이지 우리 사회가 가족, 집단으로 다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돈으로 간접체험을 하겠다는 거다. 기본적 욕구는 이미 집단적 사고에서 개인적 사고로 넘어갔다. 어머니가 더 이상 밥을 안 해주고 아내도 밥을 안 해준다. 그래서 대기업이 집밥 같은 뷔페를 만들어 판다. 앞으로는 인테리어 프로그램이 뜰 거다. 집 꾸미는 데 돈을 쓴다는 것은 이제 태도가 바뀌었다는 거다.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비싼 오디오도 잘 팔린다. 집에서 혼자 듣기 위해서다. 개인화는 더욱 강화될 거고 그 거점이 집이다. 그래서 요리, 셰프 열풍이 불었고, 이제 집에 대한 열풍으로 옮아갈 거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올해 활발하게 개발되고 나올 거다.
정리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신년 트렌드 대담 참석자 프로필
◇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호주대사관 수석보좌관과 영국대사관 공보관으로 30여 년을 근무했다. 현재 국제미래학회 국제협력위원장과 세계미래회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과 연세대 주거환경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008년부터 해마다 발간하고 있는 ‘유엔미래보고서’가 대표 저서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트렌드 분석가, 경영전략 컨설턴트, 콘텐츠 디렉터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주요 대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강연과 비즈니스 워크숍을 수행했고, 다수의 벤처기업을 위한 자문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표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5:가면을 쓴 사람들’ ‘아이를 망치는 엄마의 상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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