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충무로의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볼륨감을 뽐내는 여성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윤서(39), 오영(59), 권형진(23) 등 국내 피트니스의 기대주 3인방이다. 광고모델 출신인 정윤서는 2014년 11월 운동을 시작했고 1년도 안 된 지난해 8월 2015 미스터앤미즈코리아 ‘보디피트니스’ 168㎝ 초과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58세로 역대 최고령 피트니스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오영은 6월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린 2015 아시아보디빌딩·피트니스선수권대회 ‘피지크’ 163㎝ 이하급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스포츠모델’에 입문한 권형진(23)은 패션모델이며, 누구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보디빌딩은 남성, 피트니스는 여성 스포츠다. 예전엔 남녀 구분 없이 모두 보디빌딩이었지만, 국제보디빌딩연맹이 2002년 피트니스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여성미를 주요한 평가요소로 삼기 시작했다. 여성이 남성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을 기르고 견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피트니스는 피지크, 보디피트니스, 스포츠모델로 나눈다. 피지크는 남성의 보디빌딩에 가장 가까운 세부 종목. 근육의 질과 양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보디피트니스는 근육의 크기나 질보다 전신의 균형감에 포인트를 맞춘다. 운동능력을 지닌 이상적인 신체를 평가한다. 스포츠모델은 보디피트니스보다 더욱 여성미를 강조하며, 걸음걸이, 헤어스타일 등도 몸과 함께 평가대상이 된다.
남성 보디빌딩은 몸무게를 기준으로 체급을 구분하지만, 피트니스는 키로 체급을 결정한다. 피지크는 163㎝ 이하급과 163㎝ 초과급으로 구분된다. 보디피트니스와 스포츠모델은 163㎝ 이하, 168㎝ 이하, 168㎝ 초과급으로 나뉜다. 피지크, 보디피트니스, 스포츠모델의 경기복은 비키니다. 피지크는 맨발로, 보디피트니스와 스포츠모델은 12㎝의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오른다. 또 보디피트니스는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친다. 과거엔 검은색 비키니만 허용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색상을 골라 입을 수 있다.
대한보디빌딩협회는 매년 4월과 7월 대표선발전을 개최하고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4월의 선발전을 앞두고 피트니스 3인방은 몸 다듬기에 한창이다.
과거와 달리 여성미가 강조되지만 피트니스의 운동 강도는 무척 높다. 하체 강화 트레이닝인 바벨 스쿼트가 좋은 예. 오영은 90㎏의 바벨을 짊어진 채 앉았다 일어서길 1세트에 50회가량, 총 7세트 실시한다. 정윤서와 권형진은 55∼60㎏의 바벨로 세트당 50회씩, 5세트 정도를 소화한다. 1∼2분 정도로 짧게 휴식하면서 1시간 30분∼2시간 동안 집중력 있게 기구와 씨름한다. 하체, 가슴, 내일은 등, 팔 등 특정 부위를 번갈아가며 ‘공략’한다. 복부 운동과 유산소 운동은 매일 거르지 않는다. 피트니스 중 운동량이 가장 많은 건 피지크. 오영은 가슴 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벤치프레스를 약 60㎏ 중량의 바벨을 세트당 20회씩 들어 올리는 데 총 5∼7세트를 실시한다. 덤벨 프레스는 30∼35파운드 중량으로 역시 세트당 20회씩 5∼7세트를 실시한다.
오영은 “20회가 한 세트의 ‘할당량’이라면 15회쯤부터 힘이 빠진다”며 “그 순간을 넘겨야 근육이 만들어지기에 죽을 힘을 다해 참는다”고 귀띔했다.
식단 조절은 필수. 오영은 소금, 설탕 등이 들어간 자극성 있는 음식을 피하고 닭가슴살을 주재료로 한 단백질 중심의 식사를 하루 3번 ‘의무적’으로 챙겨 먹는다. 하루 2번 달걀, 과일(사과) 등을 보충하는 것도 거르지 않는다. 정윤서는 음식을 가리지 않되, 하루 1000㎉를 섭취한다는 기준을 정해놓았다. CF, 화보 모델 출신인 정윤서는 “모델로 일 할 때는 굶기 일쑤였는데 이젠 1000㎉ 이내에서 먹고 싶은 걸 먹는다”고 말했다. 권형진은 먹는 양을 최소화한다. 운동에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공복감이 느껴지더라도 참는다. 권형진은 “패션모델과 스포츠모델을 병행하고 싶어 식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트니스 인구는 증가 추세다. 울퉁불퉁한 근육이 아닌 ‘아름다운 건강미’를 가꾸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창용찬(61) 코치아카데미 원장은 “보디빌딩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200명을 넘었다”며 “10년 전 50여 명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 여성미에 대한 기준이 날씬함에서 건강함으로 바뀌면서 피트니스에 입문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튼튼하고 탄력 넘치는 몸매로 거듭나면서 자신감을 얻는 게 가장 큰 소득. 정윤서는 “예전엔 말랐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지금은 몸매가 보기 좋다는 칭찬을 듣는다”며 “피트니스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에너지는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영은 “젊은 친구들과 경쟁한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지난해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긍정의 힘을 믿게 됐다”며 “젊은이에 비해 여성호르몬 분비가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근육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올해엔 반드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겠다”고 다짐했다.
권형진은 “패션모델은 무대에서 내 몸이 아닌 옷을 보여준다”며 “피트니스는 옷이 아닌 몸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고, 휴학한 뒤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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