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로 들어선 한지서가 김광도를 보았다. 오전 9시 반, 고려호텔 스위트룸 응접실 안에는 그들 둘뿐이다.

“고 실장한테서 이야기 들었지?”

김광도가 묻자 한지서는 심호흡부터 했다.

“예, 회장님.”

머리만 끄덕인 김광도에게 한지서가 말을 이었다.

“저는 이번주까지 정리를 해서 토요일에 한랜드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적응훈련을 받겠습니다.”

“알았어.”

김광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비서실 근무자는 교육과정이 조금 다를 거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내가 특채를 했으니까 문제가 되면 내가 망신이야.”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지서의 얼굴이 빨개졌으므로 김광도가 다시 웃었다.

“안상도한테는 내 식당에서 일하는 것으로 해둬.”

“예, 회장님.”

“곧 알게 되겠지만 말야.”

“예.”

김광도가 지그시 한지서를 보았다. 한지서를 처음 본 순간부터 끌렸던 것이다. 안상도의 애인인 줄 알았더니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기뻤다. 더구나 한지서의 적극적인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이윽고 김광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뭐라고 하셔?”

“잘 되었다고 하세요.”

한지서는 서울 상계동에서 어머니와 두 동생과 함께 산다. 이틀 전에 고영일한테 제출한 이력서에는 어머니가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적혀있지만 점원이다. 5년 전에 운영하기는 했다. 그러다 적자가 나서 넘기고 다른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두 여동생은 각각 유치원 교사와 전문대 1학년이다. 빠듯한 살림이어서 제각기 일하는 가족이다. 막내동생도 학교 끝나면 편의점 알바를 뛰는 것이다. 고영일은 하루 만에 한지서에 대한 조사를 시키지 않았어도 해왔다. 비서실에 불량하거나 불순한 직원이 섞이면 안 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남자친구는 없어?”

김광도가 불쑥 물었더니 한지서의 어깨가 내려가면서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긴장이 조금 풀린 것 같다.

“몇번 만난 친구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한지서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먹고 살기 바빠서요. 대학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탁자 밑에서 검은색 비닐 가방을 꺼내 내밀었다. 꽤 묵직하게 들린 가방이다.

“자, 받아.”

한지서가 엉겁결에 가방을 받았을 때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이곳 정리하고 떠나는 데 돈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카드대금이나 어머니 생활비, 동생 용돈이나 등록금을 내줘도 되겠다.”

그때 한지서의 얼굴이 빨개졌지만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이건 내 스타일이야. 다른 회사 사장들은 어떻게 직원들을 관리하는지 모르지만 말야.”

김광도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아직도 한지서가 엉거주춤하게 들고 있는 가방을 눈으로 가리켰다.

“2000만 원 들었어. 나중에 월급 받으면 조금씩 까든지, 아니면….”

말을 멈춘 김광도가 숨을 들이켰다.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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