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거장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와 파올로 소렌티노가 자신들의 연출 특징이 응집된 신작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왼쪽 사진)과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오른쪽)가 7일 나란히 개봉했다.
“열 편만 만들고 은퇴할 것”이라고 밝힌 타란티노 감독의 8번째 연출작 ‘헤이트풀8’은 그가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들이 합쳐져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증오로 가득 찬 8명이 쌓인 감정을 폭력으로 발산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서로의 신분을 알지 못하는 6명의 갱이 보석상을 턴 후 경찰이 나타나자 서로를 의심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과 닮아있다. 또 챕터로 구분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잔혹하게 복수하는 장면을 펼친 것은 ‘킬 빌’을 떠올리게 하며,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는 ‘펄프 픽션’을 연상시킨다. “첫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아이디어가 탯줄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바람을 이 영화에 녹여 넣은 듯하다.
출연진도 타란티노의 전작들에 나왔던 그의 ‘페르소나’들로 채워졌다. 가장 분량이 많은 새뮤얼 L 잭슨은 ‘펄프 픽션’, ‘재키 브라운’, ‘킬 빌’, ‘장고 : 분노의 추적자’에 이어 이번 영화까지 타란티노의 작품 다섯 편에 출연했다. 또 앞서 두 편에 나왔던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과 한 편을 찍었던 커트 러셀, 월턴 고긴스, 브루스 던도 출연했다. 제니퍼 제이슨 리와 데미안 비시어 등 2명만이 이번에 처음 나왔다.
이 영화는 남북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를 배경으로, 미국 와이오밍주 벌판과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잡화점 등 두 장소로 나뉘어 펼쳐진다.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벌판에 마차 한 대가 달린다. ‘교수형 집행인’ 존 루스(커트 러셀)와 ‘죄수’ 데이지 도머그(제니퍼 제이슨 리)가 탄 이 마차는 레드락으로 향하는 중. 여기에 ‘현상금 사냥꾼’ 마커스 워런(새뮤얼 L 잭슨)과 레드락의 신임 ‘보안관’이라고 주장하는 크리스 매닉스(월턴 고긴스)도 마차에 동승한다. 4명은 눈보라가 더 심해지자 미니네 잡화점에 머물기로 한다.
하지만 잡화점 주인인 미니 부부는 없고, ‘멕시칸’ 밥(데미안 비시어)이 대신 손님을 맞이한다. 또 ‘전직 남부연합군 장군’ 샌퍼드 스미더스(브루스 던)와 ‘리틀맨’ 오스왈도 모브레이(팀 로스), ‘카우보이’ 조 게이지(마이클 매드슨) 등도 잡화점에 먼저 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각기 증오를 안은 8명이 기 싸움을 하며 서서히 그들의 사연이 밝혀진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이야기가 결말로 치달으며 핏빛으로 물든다. 40년 만에 서부극에 참여한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청소년 관람불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유스’는 소렌티노 감독 특유의 미적 감각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 부문을 휩쓴 그의 전작 ‘그레이트 뷰티’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펼쳐냈으며 섬세한 미장센으로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또 중간중간 이야기와 어울리는 음악을 배치해 큰 울림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은퇴한 세계적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마이클 케인)가 자신의 오랜 친구인 영화감독 믹 보일(하비 카이텔)과 스위스 고급 호텔에서 머물며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두 사람은 매일 소변량을 물어보며 서로의 건강을 챙긴다. 프레드는 영국 여왕의 지휘 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지쳐 있고, 믹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영화가 잘 풀리지 않아 절망에 빠져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 속에 있는 열정과 희망을 다시 끌어내며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다. 영화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지금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끊임없이 사랑하는 것이 바로 ‘젊음’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 영화의 포스터로 사용된, 프레드와 믹이 야외 사우나에서 전라의 미스 유니버스를 바라보는 장면이 이런 특징을 잘 나타내준다.
내공 깊은 원로 배우들의 완숙한 연기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마지막 장면에 나와 이 영화의 주제곡인 ‘심플 송’을 노래한다. 이 곡은 오는 10일 열리는 올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 주제가상 후보로 올라있으며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로도 점쳐지고 있다. 남녀의 전라 노출 장면이 몇 차례 나오지만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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