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기도도량 순례’ 나서는 선묵혜자 스님 “우리는 내 마음도 모르고, 네 마음도 모릅니다. 왜 사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마음을 알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섭니다. 저를 비롯해 순례 참가자들에게 참나를 찾는 구법(求法)의 여정이 됐으면 합니다.”

9년에 걸친 108산사 순례를 최근 마친 서울 노원구 도안사 회주 선묵혜자(사진) 스님이 오는 2월 ‘믿음으로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순례’를 새로 시작한다.

혜자 스님은 7일 “108산사 순례가 대학이라면 53기도도량 순례는 대학원”이라며 “바른 마음과 자비로운 실천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취지를 이어가면서 한 단계 높은 깨달음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53기도도량은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가르침에 따라 53인의 선지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과정을 담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따왔다.

순례는 2월 중순 도안사에서 입재식을 열고, 3월 초 양산 통도사에서 첫걸음을 뗀다. 한 달에 사찰 한 곳, 4∼5년의 장정(長程)이다.

통도사와 함께 국내 삼보사찰로 꼽히는 합천 해인사와 순천 송광사,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적멸보궁인 평창 상원사, 인제 봉정암, 영월 법흥사 등을 찾는다. 스님은 “금강산 신계사, 묘향산 보현사, 평양 광법사 등 북한 사찰 방문도 마음에 담고 있다”고 했다. 순례단은 새로운 신행 문화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108산사 순례의 전통은 이어갈 계획이다. 사찰 주변의 군 장병에게 간식을 보시하고 다문화 인연 맺기, 장학금 전달, 농어촌 직거래 장터 운영 등 활동을 펼친다. 스님은 “참가자들이 가정의 행복만 구하는 기복적 신앙을 넘어 나눔과 자비를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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