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비상상황의 절차가 잘 이행되는지를 점검하겠다.’ 비상이 걸린 국토교통부가 제주항공을 비롯한 6개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한다. 연말 연초에 잇달아 터진 저비용 항공사들의 사고를 접하면서 문득 ‘하인리히의 법칙’이 떠오른다. 하나의 산업재해로 1명의 중상자가 나오면 이전에 똑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있었고, 잠재적 부상자는 300명에 이른다는 통계적 법칙이다. 사실,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징후로 보지 않고 방치할 때 발생한다.
취항 10년 차를 넘어선 국내의 저비용 항공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노선에서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왔다. 국내 노선에서는 점유율이 재작년에 이미 50%를 넘어섰다. 국제 노선에서도 현재 16%를 차지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지난 한 해에만 모두 20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국제 노선에서 경쟁적으로 취항을 늘렸다. 하지만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항공기에 대한 운영 시스템도 그만큼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항공(航空) 안전의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항공 시장은 오늘날 정부의 시장 개입이 없는 경쟁 시장으로 손꼽힌다. 1978년 항공운송에 대한 미국의 규제 완화법은 수년 간의 논쟁을 거쳐 의회를 통과했다. 당시 규제 철폐의 최대 쟁점은 항공 안전의 문제였다. 이어 미국의 규제 완화 조치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고, 현재와 같은 무한경쟁 체제를 정착시켰다. 항공사의 설립과 노선 개설, 운항 스케줄, 운임을 모두 시장 경쟁에 맡긴 결과, 항공기 사고율은 오히려 줄었다.
그리고 항공의 대중화와 다양한 여객 욕구가 적극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저렴한 요금을 찾는 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저비용 항공 시장이 형성돼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나 된다. 항공에서 규제를 없앤 것이 항공 시장의 성공을 가져왔는가? 여기엔 드러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시장 규제가 철폐된 한편에서는 안전에 대한 기술적 규제가 강화돼 온 것이다. 항공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엄격한 규제가 오늘날 항공 교통의 안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항공업계는 지금 좌석 예약이 어려울 만큼 기록적인 여객 증가를 향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앞으로 본격화한 외국 저비용 항공사들의 국내시장 진출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고 때마다 드러나는 정비 불량과 안전 절차의 소홀, 비상 상황에 대한 미흡한 조치 등의 사고 원인은 대부분 인적 요인들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항공업계의 국제 경쟁력은 그만큼 약해진다. 이번 사고들은 항공 안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몇 가지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정비 인력과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계속 늘어나는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위해 정비 체계의 확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업계는 눈에 보이는 서비스보다 운항 승무원의 교육훈련이 안전 확보에 초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유효성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셋째, 비상 상황의 대응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비상 대처를 위한 전사(全社) 차원의 시스템은 투자가 수반돼야 원활히 작동된다. 세계적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저비용 항공. 새해를 맞아 최근의 사고를 항공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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