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50만원 낼 처지영등포 노숙자·일용자 상대
25년 한자리 노점으로 생계
인근 편의점 신고 불구속 입건
“남편 죽고 유일한 밥벌이…”

警 “담배사업법 위반… 처벌”


가판에서 300원짜리 가치담배와 과자 등을 팔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70대 노인이 인근 편의점의 신고로 처벌받을 처지에 놓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담배를 팔아온 혐의(담배사업법 위반)로 가판을 운영하는 정모(여·78)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담배 판매 허가를 받지 않은 정 씨는 담배 공급업자로부터 불법으로 담배를 넘겨받아 정가를 받고 팔거나 가치담배를 개당 약 300원에 판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인근 편의점 업주가 “가판에서 불법으로 담배를 판매한다”고 구청에 신고하면서 구청 단속에 적발됐고, 이후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약 20년 동안 남편과 함께 가판을 운영해 왔으나 5년 전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이후부터는 홀로 장사를 해 왔다. 정 씨는 주로 노숙인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가치담배나 과자, 껌, 음료수 등을 판매하며 하루 평균 5000∼1만 원의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사람들이 담배를 사면서 다른 것들을 사기 때문에 손님을 끌기 위해 곁들여 팔았을 뿐이지 담배가 주요 판매 품목은 아니었다”며 “인근 노점상에서 담배를 사러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담배 판매가 끊기면 손님도 같이 끊긴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경찰서까지 오게 되니 이제 장사를 그만둬야 하나’ ‘앞으로 뭘 먹고 사나’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정 씨는 지난해 말에도 편의점 업주의 신고로 구청으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 씨의 사정은 딱하지만, 법을 어긴 만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조만간 기소 의견으로 정 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소매인 지정을 받지 않고 소비자에게 담배를 판매할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통상 정 씨와 비슷한 경우 50만 원가량의 벌금형을 선고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편의점 관계자는 “최근 성인 오락실 같은 게임장이 많이 생겨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게임장 바로 앞에서 할머니가 불법으로 담배를 팔아 손님을 빼앗겼다”며 “프랜차이즈 편의점도 매출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불법 행위를 신고한 사람이 나쁜 사람인 양 몰리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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