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용싸고 찬반 싸움
2012년엔 ‘서비스법’ 입법 예고
야당 등 역풍 휘말려 처리못해
제조업으론 韓경제 견인 안돼
내수·고용위기 강건너 불구경
장기불황과 심각한 고령화 추세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고심 중인 일본에는 최근 이색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TV 등 언론매체가 일본 제품의 우수성을 직간접으로 홍보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대폭 늘린 것이다.
일본에서 8년째 주재하고 있는 한국상사의 한 주재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본제품의 장점에 대한 민관 합작의 홍보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내수진흥을 위한 서비스산업 부흥책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전체 서비스산업을 대상으로 단순히 생산성 향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화를 목표로 경영 인재의 육성 및 확보, 정보기술(IT) 및 비즈니스 지원 서비스 활용, 마케팅역량 강화 등 공격적 정책을 내건 바 있다. 해외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일본의 사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조차 처리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국 서비스산업정책의 현 주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정부는 지난 2012년 5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전문 인력 양성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서비스 생산성을 높이고 범부처적인 협의·조정기구 운영을 통해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의 추진 동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 법을 입법 예고했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쪽으로 R&D의 물꼬를 돌리자는 것으로, 정부가 5년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만들고 선진화 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특성화 교육기관 지정, 서비스산업 전문연구센터를 지정하는 것 등이 주요 뼈대이다.
그러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노동개혁 법안과 함께 19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8일 임시국회 마지막 회기 내의 통과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형편이다. 제조업 한쪽의 축만으로는 더이상 한국경제를 견인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팽배한데도 미적거리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2년 3월 김대중정부 때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으로 닻을 올린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은 사실상 13년째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영리병원 허용 문제가 의료공공성을 훼손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빠지는가 하면 투자개방형 의료기관 도입도 첨예한 찬반 논쟁을 일으켰다. 이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시장 논리가 비등해져 보건·의료 민영화가 촉진될 수밖에 없다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역풍에 휘말렸다.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은 내수 진작, 고용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해결할 중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정작 가야 할 길은 이처럼 멀다. 선진국과 견주면 부가가치 비중이나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낮은데도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3% 수준으로 미국(79.4%) 등을 한참 밑돈다. 제조업 대비 1인당 노동생산성 비율은 2011년 기준 45%로 2004년(60%)에 비해 더 위축됐다. 특히 서비스산업을 옭아매고 있는 규제 수는 지난해 5월 기준 3443건(규제정보포털 등록)에 달할 정도다. 의료·교육·개인서비스, 관광산업 분야에서 규제개혁 혁파 대상이 숱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정치적 고려 내지는 이념적 논쟁의 영역으로까지 취급되며 답보 상태에 머물러 왔다고 연구기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수많은 규제가 있는데 투자 활성화나 고용창출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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