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새해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때 홀인원을 한다면 최고의 기쁨을 얻고,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2016년 작. 김영화 화백
병신년 새해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때 홀인원을 한다면 최고의 기쁨을 얻고,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2016년 작. 김영화 화백
새해를 맞아 참 많은 지인과 메시지, 전화를 주고받았다. 30대의 젊은 친구는 “건강을 위해서 올해는 꼭 골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구력 10년인 40대 지인은 “10년 동안 ‘싱글 ’ 한 번 못한 채, 매번 보기 플레이를 하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순간 보기 플레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못 치는 성적인가 생각해 본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일반 골퍼 중 싱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10%에도 못 미친다. 한국에서 싱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골퍼는 약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평균 90타는 참 잘 치는 스코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에 놀랐다. 탐욕이다.

언제부터인가 학교, 아파트, 직업, 직장, 연봉이 계층을 구분 짓는 잣대가 됐다. 요즘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논쟁까지 일면서 ‘수저 계급론’이 등장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은 학교 게시판에 감동적인 ‘흙수저 일기’를 남겼다. 그는 부모님이 흙수저라는 용어를 알게 되면, 자식에게 흙수저를 물려줬다고 자책하실 것 같아 흙수저라는 말이 싫다고 썼다.

그는 “늘 해준 게 없다며 부모님은 미안해하지만 내가 깊게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주셨다”며 감사드렸다. 그는 또 “부모님이 기댈 수 있는 큰 나무가 되겠다”고 다짐해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울림을 선사했다.

일본 최고의 경영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인간은 60%의 능력만 갖추면 일을 맡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40%는 열의와 용기, 그리고 실천하려는 마음으로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골프 역시 그렇지 않은가. 오히려 70대 스코어를 치는 싱글 핸디캐퍼는 라운드 도중 ‘더블파’ 이상이 나오면 그때부터 불안해한다. 골프를 하다 보면 버디도 나오지만 ‘트리플 보기’도 나온다.

스코어에 연연하는 것은 골프의 낙(樂)을 스스로 차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건강한 흙에서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어울리는 게 스코어가 아닐까.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은 나무 속에 숨어있는 애벌레를 막대기를 이용해 잡아먹는다. 철사를 구부려 병 속의 먹이도 잡는다. 일본의 해오라기는 빵이나 과자를 수면 위로 던져 이를 먹기 위해 물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사냥한다. 빵이 없으면 곤충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놀라운 광경을 보면서 우리는 감동하고, 참 똑똑한 동물이라고 칭찬한다.

되돌아본다. 이 작은 동물의 행위에도 감동과 찬사를 쏟아내면서 왜 우리는 작은 것에 대해 칭찬하고 감동하지 않는가. 불만과 절망, 그리고 탐욕에 길들어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오늘부터 당장 작은 것에 감사하고, 이 아름다운 지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셈이라는 마음으로 골프장을 찾는다면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늘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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