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저녁 식사가 끝났을 때 김광도를 안방으로 데려온 어머니가 여자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본론을 꺼냈기 때문에 김광도는 오히려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결혼해야 된다는 등 서론부터 시작했다면 아예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만나만 봐.”

어머니가 방바닥에 사진 석 장을 늘어놓으면서 말했다.

“내가 열 몇 명 중에서 셋을 골랐어. 다 마음에 들더라만 이 셋을 추리는 데도 며칠 걸렸다.”

아마 집안 식구들도 거들었을지 모른다. 어머니가 사진을 짚으면서 말을 이었다.

“얘는 약사, 얘는 중학교 교사, 얘는 대학 조교다. 세상에, 이런 애들이 네 신부 후보로 사진을 보내오고 엄마 친구를 통해 부탁까지 하는구나, 글쎄…….”

“무슨 부탁요?”

“딸 이야기하라는 거지. 네 앞에 후보자가 줄 서 있는 걸 다 아니까 말이야.”

“이 사진들은 어떻게 얻었는데요?”

김광도도 호기심이 일어났다. 어머니 심연숙이 그다지 활동적인 성격도 아닌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 몇만 만날 뿐으로 집에서 살림만 해왔다. 심연숙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너, 기숙 아줌마 알지?”

“알지.”

심연숙 친구 이기숙이다. 심연숙이 기숙이, 기숙이 하는 통에 김진봉은 물론 자식들도 기숙이 아줌마로 부른다.

“기숙이가 결혼정보센터에 부탁해서 후보자들을 가져왔다. 걔가 거기 다니거든.”

“그렇구먼.”

“앞으로 백 명도 더 있어.”

“아이고, 맙소사.”

“내일 떠나기 전에 얘들 중에 두 명만, 아니 하나라도 만나고 가라.”

심호흡을 한 김광도가 심연숙을 보았다. 방바닥에 깔린 사진들은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 만일 장현주하고 한시티에서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부모는 배신감보다도 못난 탓에 결혼 소식을 듣지도 못했다는 열등감으로 낙담할 것이 분명했다.

“한 명만 만나지요.”

김광도가 말하자 심연숙이 얼른 사진 한 장을 집었다.

“그럼 얘부터 만나라. 대학 조교라는데 셋 중 가장 싹싹하고 이쁘더라.”

“어머니가 먼저 다 보았구먼.”

“기숙이가 자꾸 보라고 해서.”

심연숙이 다시 얼굴을 펴고 웃었다.

“잘난 자식 대신해서 며느릿감 선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넌 모를 거다.”

“그래요?”

“그게 어머니가 가장 기쁜 때 중 하나야.”

“그럼 계속 봐도 되겠네.”

그랬다가 심연숙의 눈치를 본 김광도가 손을 저으며 웃었다.

“농담요, 어머니.”

“내일 11시쯤 만나기로 하자.”

정색한 어머니가 사진을 집으면서 말했다.

“얼른 연락을 해야겠구먼.”

그러더니 사진을 쥔 채 김광도를 보았다.

“너, 사진도 안 봐?”

“사진은 뭐하러 봐요? 내일 못 찾을까 봐? 어머니하고 같이 나가잖아.”

“아이고.”

심연숙이 사진 한 장을 빼내 김광도의 무릎 위에 놓았다.

“얘야, 봐.”

“젠장, 여기가 하와이야? 사진결혼해?”

“27살, 날씬해. 삼화여대 영문과 나왔고 거기 조교야. 박사과정이란다.”

“이 집에 시집오면 가장 학벌이 좋은 위인이 되겠구먼.”

사진을 쥔 김광도가 심연숙을 향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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