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킴이 캐릭터 ‘아이돌’이 우주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영상물 ‘Doomed Plane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리 킴이 캐릭터 ‘아이돌’이 우주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영상물 ‘Doomed Plane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학고재서 팝아티스트 마리킴 개인전

“우리가 ‘어디서 왔고, 지구를 떠나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눈이 큰 ‘아이돌(Eyedoll)’ 캐릭터로 유명한 팝아티스트 마리킴이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 제목인 SETI는 나사(미 항공우주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약자다.

마리킴은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미모에 대중문화계와의 활발한 협업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지난 2011년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그룹 2NE1의 앨범 표지와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다.

전시는 창세기(Genesis)·현재(Present)·미래(Future and Beyond)라는 총 3개 시리즈로 구성돼 있으며, 회화, 네온, 조각, 영상 등 1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에도 미성숙한 어린아이 같은 몸과 기이할 정도로 커다란 눈을 특징으로 하는 캐릭터 ‘아이돌’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전시를 앞두고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아이돌의 현재 모습은 여러 차례 공개됐지만 창세기와 미래는 첫 공개”라며 “시대별로 아이돌이 변해 가는 모습을 통해 대부분 복제된 것처럼 본능적으로 살다가 죽는 우리 인류의 근원이 어디에서 왔나 라는 질문을 품고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기 위해 작가는 작품 속에 인식론 같은 철학적 문제부터 최신 과학의 입자 이론인 ‘초끈이론’까지 팝아티스트답지 않게 다양한 사고를 반영해 보여주고 있다.

주제는 심각해도 전시를 앞두고 깜찍한 외모의 아이돌로 가득 채워진 전시장은 화사하고 밝다. ‘민중미술’ 등 묵직한 주제를 주로 다뤄온 학고재갤러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학고재는 마리킴이 2015년 학고재 상하이(上海)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국제적 성장 가능성을 증명한 후 여는 첫 전시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표현기법과 관련해서도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전시작품들이 프린팅된 것처럼 보이지만 170여 점 이상이 아크릴이나 유화로 직접 그린 것으로 페인팅으로도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술에서 말하는 유일함과 복제 같은 개념이 작품의 가치 차이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 같은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마리킴은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마친 뒤 10년간 호주에 유학해 로열멜버른공과대학에서 크리에이티브 미디어를 전공한 후 2006년 귀국했다. 요즘 전시 외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한 영화도 제작하고 있다. 영화는 그림 속의 그림자가 그림을 벗어나 작가를 살해한 후 작가의 탈을 쓰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글·사진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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