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도발로 우울했던 지난 6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4호선 열차 고장 사고(事故)는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열차가 시내의 지하터널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멈춰 서버린 것이다. 800여 승객은 수동으로 열차 문을 열고 어두운 터널을 따라 대피했고, 그 과정에 부상자도 일부 발생했다. 원인은 오래 사용해 노후화한 차량의 절연판 부품 고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하철 고장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점점 잦아지면서 30~40년에 이르는 오래된 서울 지하철은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2년 전 상왕십리역 열차추돌 사고를 계기로 2014년부터 차량 교체 프로세스가 시작됐지만, 이번 사고로 여전히 노후화로 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이 확인됐다.
오래된 지하철의 부실한 유지·보수·관리 시스템은 잦은 고장으로 이어지고, 아차 하면 초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심심찮게 발생하는 지하철 고장 사고가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에 현 시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냉정히 따져보고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첫째, 지하철과 같은 교통시설은 노후화가 진행될수록 유지보수 비용은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투자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14년에 전국의 지하철 등 도시철도 유지보수 예산으로 연간 5800억 원을 투입했다. 영업수입의 24.3%에 해당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도시철도 전체의 유지보수비는 연간 1조4000억 원까지 증가해 영업수입의 58.3%에 해당하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둘째, 지하철 운영기관의 경영난 심화가 고장 사고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크다. 지하철 운영적자 누적으로 인한 경영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 혁신의 속도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영 난맥상이 어떠한 경우에도 지하철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지하철 운영 기관도 할 말은 많다. 떠안고 있는 지하철 부채 상환 부담은 여전하며, 경영 개선을 위한 요금 현실화 요구는 사회적 수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최대한 억제당하고, 노후화 시설 및 장비의 교체와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 부담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 혁신을 통한 자체 해결의 압박만 받는 현실이 큰 불만일 것이다.
셋째, 지하철은 건설 당시에는 워낙 투자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절반 정도 국고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운영이 시작되면 부채상환 부담을 포함한 모든 경영 문제는 해당 기관과 지자체의 몫으로 넘어간다. 차량 및 장비의 교체라든지 노후 시설의 유지보수에 대한 비용 부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인프라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합리적인 관리를 위해 일정 부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낡고 노후화한 인프라의 급증하는 유지·보수·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국고 재원 확보 방안으로 2018년 말 일몰 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존속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또는 요금 수준의 현실화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서울의 지하철 요금은 런던의 35%, 파리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값싼 대중교통 요금은 시민 복지의 일부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담보하는 것은 그 이상의 복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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