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병헌(왼쪽 사진)은 원작 웹툰의 등장인물인 안상구와 판박이처럼 닮은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병헌(왼쪽 사진)은 원작 웹툰의 등장인물인 안상구와 판박이처럼 닮은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원작 묘미 충분히 살리지 못한 ‘오렌지…’‘밤을 걷는…’ 완패
적절한 캐스팅에 새 요소 가미… ‘미생’‘내부자들’ 성공작 꼽혀


웹툰을 원작 삼은 드라마와 영화가 봇물처럼 제작되지만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원작의 후광에 힘입어 원소스 멀티유스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작품이 있는 반면 원작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혹독한 평을 받으며 외면받는 작품이 희비쌍곡선을 그린다.

원작 리메이크 판권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제작자들은 ‘절반의 성공’으로 본다. 대중의 지지를 받아 검증된 원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돌려 생각하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사례를 살펴봐도 리메이크작 중 “원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 더 많다.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적절한 캐스팅과 플랫폼 인지도, 그리고 원작을 뛰어넘을 새로운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감독판까지 개봉되며 8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내부자들’이 대표적이다. 배우 이병헌과 조승우는 원작 캐릭터인 안상구와 우장훈을 빼다 박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국내 4대 투자배급사에 속하는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감독판까지 개봉됐다. 또한 완결되지 못한 원작과 달리 영화 ‘내부자들’은 통쾌한 결말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성공적인 리메이크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과 현재 방송 중인 ‘치즈인더트랩’ 역시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린 배우들의 호연과 디테일한 연출이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해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잘 만든 리메이크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KBS 2TV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MBC ‘밤을 걷는 선비’, 영화 ‘패션왕’과 ‘더 파이브’ 등은 원작의 묘미를 살리지 못해 흥행 성적도 미미했다. JTBC ‘송곳’은 원작을 충실히 반영해 ‘제2의 미생’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채널인지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1%대 시청률에 그쳤다.

올해도 웹툰 ‘신과 함께’와 ‘고양이 장례식’, ‘찌질의 역사’와 ‘마음의 소리’ 등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며 당분한 웹툰 원작 열풍은 이어질 조짐이다. 게다가 ‘미생’은 중국에 판권이 팔려 내년 초 드라마로 리메이크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원작 웹툰의 유명세는 양날의 칼”이라며 “잘 활용하면 수작을 만드는 원료가 되지만, 잘못 만들면 원작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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