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을 선도하는 한국의 작곡가들을 ‘모시기’ 위해 중국이 거액을 베팅하고 있다.
최근 중국 완다그룹 회장의 아들인 왕쓰충이 운영하는 회사와 손을 잡은 신사동호랭이(사진)를 비롯해 이단옆차기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히트송을 만든 유명 작곡가들이 중국 유력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문 에이전트 레디차이나의 배경렬 대표는 “한류스타, 예능 PD에 이어 작곡가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며 “단순히 기존 K-팝을 수입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유명 작곡가들의 몸값은 100억 원을 웃돈다.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들이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때 50억 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고, 예능 PD들이 10억∼20억 원의 계약금을 받은 후 편당 연출료를 챙기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에 진출하는 아티스트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 배경에는 ‘저작권’이 있다. 중국 업체가 기존 K-팝 노래들을 사용하려면 적잖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업체가 작곡가와 계약 후 앨범 제작의 주체가 되면 신곡의 저작권을 확보할 수 있다. 13억이 넘는 중국의 인구와 거대한 영토를 감안했을 때 노래 1곡만 성공해도 엄청난 저작권 수입을 거둘 수 있다.
한 K-팝 프로듀서는 “가요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중국에는 실력 있는 작곡가들이 거의 없다”며 “중국이 단순히 K-팝을 듣는 수준을 넘어 ‘K-팝스러운’ 자국의 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라 볼 수 있다. 물고기를 사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곡가들이 중국에서 대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음악이라는 콘텐츠가 언어, 지역, 인종을 초월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가수 싸이가 한국어로 부른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듯 노래 한 곡이 세계를 호령하는 힘을 갖는다.
또한 유명 작곡가들의 인맥을 바탕으로 K-팝 가수들을 섭외하기 수월해진다는 것도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신사동호랭이의 경우 자신이 만든 노래 ‘위아래’를 통해 톱 걸그룹으로 발돋움한 EXID의 중국 진출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ID는 신사동호랭이의 지원 아래 왕쓰충이 대표로 있는 바나나프로젝트와 손잡고 중국 내 활동 기반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 프로듀서는 “예능이나 드라마가 언어적 제약 때문에 수출에 한계가 있는 것과 달리 음악은 멜로디를 통해 모두가 소통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유명 K-팝 작곡가들을 잡기 위해 중국이 120억∼150억 원가량을 베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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