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 논설위원

이젠 웬만한 압박으론 김정은이 핵(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명확해졌다. 돈 주며 달래 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은 더 분명하다. 김정은은 핵만이 살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핵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방위적 핵 봉쇄’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이 생존수단이 아니라, 고통을 가중시키는 애물단지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국제공조를 통한 경제제재는 중국이란 ‘뒷문’ 때문에 한계가 있으며, 그렇다고 군사력을 사용하자니 너무 큰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북한 체제의 취약점을 비대칭적으로 활용한 체제 변화 게임에 능동적으로 뛰어들 때가 된 것이다.

다른 국가 혹은 준(準)국가와 문제를 해결하는 제1 옵션(option)은 외교다. 그리고 마지막 해결 수단인 제2 옵션이 군사개입이다. 그 중간에 제3 옵션인 ‘비밀공작(covert action)’이 있다. 비밀공작이란 ‘자국의 대외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국가 혹은 적대 집단의 정치·경제·사회 상황 및 사건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수행하는 정치적·경제적·군사적 활동 및 선전 활동’이다. 영국은 ‘특수정치공작(special political action)’이라 부르며, 러시아는 ‘적극적 조치(active measure)’라 한다. 제1 옵션은 외교부가, 제2 옵션은 국방부가 주로 담당한다면, 제3 옵션은 정보기관의 업무다.

지난 8일 대한민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는 가장 기초적 심리·선전전이다. 김정은이 아파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정도론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우선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고화질 전광판을 설치해야 하며, 그동안 민간에만 맡겨놓았던 대북 전단 살포를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또 대북 라디오 방송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이와 병행해 북한 지역으로 단파 라디오와 CD 등을 대량 보급하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해야 한다. 냉전 시절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자유유럽방송(RFE/RL) 등과 같은 대(對)사회주의 선전용 방송국을 설립·유지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이것이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 붕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대북 라디오 방송은 NGO 혹은 종교 단체에 의해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번 4차 북한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사전 정보 없이 킬 체인(kill chain)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기에 중대한 ‘정보 실패’다.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이제 국정원은 정보 수집·분석과 방첩 활동을 넘어, 선전공작(propaganda)·정치공작(political action) 등과 같은 제3의 옵션을 실천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최근 북측 인사를 돈으로 매수하는 일이 쉬워졌다고 한다. 이제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포섭(recruiting)’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북한 내부에 ‘영향 공작원(agent of influence)’을 확보해야 한다. 과거 사상전은 사실상 북한 대남 공작기관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념을 우리의 비대칭 전략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sjhw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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