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개봉 ‘그날의 분위기’ 주연

부산행 KTX 좌석에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된 남녀. 남자가 여자에게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고 ‘돌직구’를 던지자 여자는 황당해 하며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짜증스럽게 답한다. 영화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의 초반 장면이다.

1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진지한 사랑보다는 하룻밤 연애를 즐기는 스포츠 에이전트 재현(유연석)과 10년째 한 남자와 사귀며 다른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는 화장품 회사 마케팅팀장 수정(문채원)의 ‘밀당’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정반대의 연애관을 지닌 두 사람이 계속 겹쳐지는 우연을 통해 감정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예측 가능한 줄거리로 전개되지만 몇몇 섬세한 장면과 대사로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예를 들어 공통의 관심 인물을 찾기 위해 두 사람이 하루 종일 함께 다니다가 비를 만나 쉬는 장면에서 수정의 시선이 자신의 발을 마사지해주다 비에 젖은 재현의 어깨에 머물며 감정 변화가 감지된다. 또 마지막 장면에서 초반 재현의 대사를 수정이 반복하며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이렇듯 영화의 맛을 살려주는 주요 장치들은 유연석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유연석은 영화의 톤을 담백하면서도 위트 있게 만들고, 재현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이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2014년 봄쯤에 이 영화 출연을 결정했고, 그해 가을에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사이에 감독님과 만나 장면과 대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연애의 목적’의 귀여운 톤과 ‘비포 선라이즈’의 담백한 톤을 잘 섞자고 제안했죠. 또 재현의 어깨가 젖는 장면을 꼭 찍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장황한 변명 대사도 걷어냈고요. 재현을 단순히 가벼운 남자가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제 나름대로 온 마음을 다 준 여자에게 상처를 받아 ‘연애는 부질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거라는 설정을 했어요.”

왠지 그가 여자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거냐’고 물었다.

“(격하게 손사래 치며)아니에요.(웃음) 평소에도 이야기의 큰 틀은 연출자가 정하지만 작은 부분들은 배우가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야 연기가 풍성해지고 결국 제게 도움이 되니까요.”

이런 답에도 그가 재현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제 안에 재현과 같은 능청스러운 부분이 있겠지만 처음 본 이성에게 마구 들이대며 희롱하는 수준의 과감한 말을 던지지는 못해요. 연기할 때 제 안에 잠재된 작은 부분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거죠. 재현과 닮은 점도 있어요. 평소에는 편안하게 지내다가 일을 할 때는 꼼꼼해지는 프로의 모습이요.”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영화 속 재현과 수정의 진한 키스신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느낌을 준다.

“‘원 나잇 스탠드’를 소재로 한 영화인데 ‘15세’ 등급이라 키스신을 통해 관객들이 그 이상을 상상하게 하려 했어요. 채원 씨와 의논해서 각도와 동선을 짠 후 그 순간에 몰입했죠.”

그는 “한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의 흥행 욕심도 드러냈다.

“계속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작년에 뮤지컬(벽을 뚫는 남자)에도 도전했고요. 저를 떠올리며 ‘이 배우가 이번에는 뭘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길 바라요. 작품의 흥행이 제가 배우로 활동하는 기준이 되는 건 아니지만 하다 보면 잘 되는 작품도 있겠죠. 이 영화가 그랬으면 좋겠어요.(웃음)”

글·사진=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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