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욕먹어도 매일 잠 못자도
국민 위해 소임 다할 것”

“질문 여러개해도 다 기억
머리가 좋아서…” 농담도


13일 오전 10시 30분 밝은 표정으로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박근혜 대통령은 미소와 함께 참석자들에게 목례한 뒤 예정된 20분을 넘겨 30분간 9834자 분량의 대국민 담화문을 읽어 나갔다. 이날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경제 활성화복’으로 불리는 빨간색 재킷을 입은 박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한 어조로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욕을 먹어도, 매일 잠을 자지 못해도,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어떤 비난도 성토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저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북한 핵실험 등 곤란한 질문에도 비교적 분명한 어조로 답변했다. 답변 도중 “내가 머리가 좋아서 질문을 여러 개 해도 다 기억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요구한 쟁점법안의 처리를 미루는 국회에 대해 “행정부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분께 질문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회까지 찾아가 설명하고 직접 야당 대표 초청해 설명해도 통과시켜 주지 않으니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을 총 38회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 등 안보위기와 심각한 경제위기 징후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담화 발표의 취지가 담긴 것이다. 경제는 34회, 일자리는 22회 언급하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은 21회, 노동개혁은 8회, 노동은 총 15회 언급하며 국가개혁 과제, 특히 노동개혁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국회도 17차례 거론되며 박 대통령이 수차례 밝혀온 ‘국회심판론’과 함께 국회의 법안 처리 협조를 당부하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와 통과도 각각 13회 언급됐다. 이외 북한은 19회, 핵실험은 10회, 안보는 8회 언급됐다. 노사정과 청년은 8번 거론됐다.

이날 박 대통령과 기자단과의 거리는 2m 안팎으로 예년에 비해 1m 이상 가까워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오른편에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이 앉았고 왼쪽에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자리했다. 10명의 수석과 조태용 국가안보실 제1차장도 실장 옆에 배석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일문일답이 없는 일방적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소통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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