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의원들의 잇단 탈당으로 더민주가 광주에서 제1당 자리를 국민의당에 넘겨준 상황이어서 회의실에 나란히 걸려있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문재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의원들의 잇단 탈당으로 더민주가 광주에서 제1당 자리를 국민의당에 넘겨준 상황이어서 회의실에 나란히 걸려있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中) 親盧, 그들만의 ‘고립 정치’“이분법 사고로 자폐·배타성
상대 왜소화시켜 당권 확보”
혁신안 반대땐 기득권 규정

“권력 잘 알아 공천권 안 내줘
경선 룰 결국엔 親盧에 유리”

文 “권노갑 탈당 아프다”지만
‘변화·반성’보단 ‘정면 돌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는 12일 권노갑 상임고문의 탈당에 대해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새로운 영입들, 또 십만 명에 가까운 온라인 입당자들은 우리당의 새로운 희망들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가는 동력으로 삼아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당 운영의 폐쇄성을 비판하며 55년 동안 몸 담았던 정든 당을 떠나는 원로에게 문 대표는 ‘변화하겠다, 남아달라’는 말 대신 ‘내 갈 길을 가겠다’며 잘 가시라고 한 셈이다.

손학규 대표 시절 민주당 당직자로 근무했던 한 야권 인사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친노(친노무현)·운동권의 모습은 조선 후기 ‘물실국혼’(勿失國婚·왕실과의 혼사를 놓치지 않는다)으로 국정을 농락하던 노론과 너무 흡사하다”며 착잡해했다. 친노·운동권의 이분법적 갈라치기와 배타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친노·운동권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단단한 결집력, 이분법적 사고, 도덕적 우월의식 등 ‘진영론’을 근거로 한 패권주의 전략으로 다수 호남 등을 소외시키며 당의 주도권을 확보해 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힘은 전체 유권자의 10∼15%가량인 친노세력과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노동계와의 연대, 운동권 출신의 선민 의식 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노·운동권이 비주류 집단 탈당과 안팎의 비판 여론, 4월 총선 참패 예상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영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4월 총선에 야권이 대패하더라도 현재의 단단한 조직력만 흐트러지지 않으면 야권의 주도권을 그대로 유지·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현재의 패권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친노·운동권은 이념적 연대감을 가지고 모든 기득권을 악으로 봤다”며 “호남 역시 악의 한 부분으로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2년 ‘룰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19대 총선 공천은 친노 패권주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친노·운동권은 정체성을 내세워 공천을 했지만 다 이길 줄 알았던 선거에서 패배했다. 2012년 대통령 후보 경선, 2015년 2·8 전당대회 등에서 경선 룰은 항상 논란이 됐고, 확정된 룰은 결국 친노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최근 더민주를 탈당한 전직 의원은 “친노가 패권유지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는 룰부터 유리하게 만들고 시작한다”며 “권력을 어떻게 해야 유지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내분 과정에서 친노의 이분법적 사고가 극명하게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혁신안에 대한 반대를 ‘기득권’ ‘총선 지분 요구’ 등으로 규정하면서 자신과 그 지지자는 선이고, 이에 대한 반대는 악으로 나눴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물은 “더민주 주류의 행태는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과도 비슷하다”며 “자신과 함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자폐적이고 배타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 등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손 전 대표 역시 공격에 시달린 바 있다. 비주류 한 의원은 “손 전 대표가 당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지만, 현 주류 측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계속 그에게 달았다”고 말했다. 비주류나 탈당파에서는 2007년 대선 패배 후 손 전 대표가 당을 맡자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의원 등 친노 핵심이 당을 떠났던 일을 친노의 상대편 왜소화 전략의 한 사례로 언급한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야권 인사는 “손 전 대표 밑에서 당직자로 근무한 뒤로 친노에서는 배신자 취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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