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트 라비니안의 소설 ‘국경의 삶’ 폭발적 화제

각국서 주문폭주·영화판권 경쟁
이스라엘 고교 필독서 제외 조치
야당·시민단체 등 강력반발 불러


유대인 여성과 팔레스타인인 남성의 사랑을 다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고교 필독서에서 제외된 소설이 폭발적인 판매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12일 AP통신은 여성작가 도리트 라비니안(43)의 2014년 작품 ‘국경의 삶(Border Life)’의 판매량이 치솟고, 세계 20여 개 국에서 주문량이 두 배로 뛰었으며 미국 영화 제작자들이 판권을 사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남성 예술가와 이스라엘 출신 여성 통역가가 뉴욕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이 소설은 이스라엘의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베른슈타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문학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교육부는 최근 열린 전문위원회에서 고등학교 문학 수업의 필독 도서 목록에서 ‘국경의 삶’을 제외했다. 교육부는 “소설 속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학적으로 묘사됐고 안보와 관련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와 이스라엘 여성의 사랑이 상세히 그려진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커진 시기에 이 책을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일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결정 이후 야당과 시민단체 및 문화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원로 작가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사랑을 담은 ‘연인(The Lover)’이라는 소설을 썼던 A B 예호슈아는 “교육부의 조치는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인권협회는 국경의 삶이 필독도서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이번 결정의 번복을 요구하는 청원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스라엘 법무부가 절차적 적법성을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번복 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라비니안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통해 정치적인 논쟁을 일으키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며 “소설은 이스라엘의 복잡한 삶을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국경의 삶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나와 소설에 대한 관심이 아닌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의 의미다”고 덧붙였다.

라비니안은 또 “몇 주 사이에 불어난 관심에 매우 당황했고 나의 인생에 중대한 혼란을 일으켰다”며 “평화를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만큼 새로운 작품에 몰두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스라엘의 인구 800만 명 가운데 팔레스타인 등 아랍계는 180만 명을 차지한다. 이들은 유대계와 똑같은 이스라엘 국민이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헌법에 ‘유대적 민주주의’를 국가 목표로 명시한 이스라엘에서 사실상 2등 국민 취급을 당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 국적은 아니지만 서안 및 가자의 이스라엘 점령 지구에도 아랍계인 팔레스타인 사람 330만 명이 살고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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