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는 남성이 쓴 남성위인 이야기
英도 인기 50권중 女저자는 4권뿐
美 女사학자 “uncle book” 꼬집어
‘21세기에도 역사서적은 남성들의 전유물인가.’ 미국 온라인 저널 슬레이트가 지난해 미 전역에서 발간된 역사서적들을 최근 분석한 결과 4분의 3이 남성 저자에 의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가디언이 보도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어 영국에서도 이 같은 편중 경향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슬레이트는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의 80개 출판사에서 출간된 인기 역사서적 총 614권을 분류, 그 가운데 75.8%가 남성 저자에 의해 집필됐다고 밝혔다. 특히 614권 중 21%를 차지하는 전기(傳記)의 경우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이나 나폴레옹 등 남성 위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남성 저자들에 의해 쓰인 작품이 주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수에 불과한 여성 저자만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서 남성 저자 가운데 단 6%가 여성을 주제로 책을 만들었다고 슬레이트는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미국 역사출판계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출판판매조사업체인 닐센 북스캔의 조사 결과 지난해 상위 5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베스트셀러 역사서적들 중 단 4권만이 여성 저자의 단독 집필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4위에 올라간 매리 비어드의 ‘SPQR(고대 로마사)’와 캐롤라인 무어헤드가 쓴 ‘비밀의 마을’(8위) 등이다. 여성이 참여한 공동집필진에 의한 역사책도 2권에 불과했다.
지난해 가을 영국의 최대 논픽션 작품 시상식인 사무엘존슨상은 12개의 후보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성 저자의 출판물을 단 한 권만 꼽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영국 정치전문 주간지 뉴스테이츠맨은 “여성 저자들을 독려하겠다”며 ‘정치·경제학 등 논픽션 분야 여성상(Women’s prize for politics and economics)’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지난해에도 미국의 여성 역사가 앤 리틀은 “2014년 가장 많이 팔렸던 역사 전기들은 남성, 그중에서도 특정 부류의 남성에 관한 게 대부분”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리틀은 당시 “미국 헌법제정자들이나 전쟁 영웅들의 전기가 유행한다는 점은 현대사의 주제를 정치와 경제, 복지, 국민국가 등으로 한정 짓는 우리들의 선입견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슬레이트는 “이런 책들은 나이 많은 남자 친척들에게나 선물할 만한 학술서”라며 “‘삼촌의 책(uncle books)’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역사전문가들은 “역사서적의 주제가 대통령이나 선구자 등에 관한 이야기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며 “역사적으로 문화사 및 사회사도 (골고루) 연구해야 특정 시기의 일반인들의 일상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역사출판계의 이 같은 편중 경향을 경고하고 나섰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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