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다행히 준생증을 미리 받았지만 다른 동료는 남편이 재혼이고 전처와의 사이에 쌍둥이 아이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자신이 초혼임에도 불구하고 준생증을 받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그 과정에서 ‘도장’을 든 공무원들의 ‘갑질’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국가의 허가 없이는 임신도 못한다니. 그의 이야기는 외국인인 나에게 각종 증명서의 천국, 관료들의 병폐가 만연한 나라의 응축된 부작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런 중국이 올해부터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의 전면적 실시와 함께 개념을 바꿨다. 연초부터 증시 폭락과 북한의 핵 실험 등 각종 대형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베이징의 유력지인 신징바오(新京報)의 1면 톱 제목은 몇 차례 ‘계획생육(산아제한정책) 정책의 변화’가 장식했다. 그만큼 중국인의 삶에 밀접한 이슈다. 지난 6일 중앙 정부는 두 자녀까지는 사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음을 확인했다.
중앙 정부에서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만들었다면 베이징시 정부는 더 나아가 ‘출산 장려책’을 우수수 내놓았다. 9일 신징바오 톱 기사는 시 당국이 2자녀까지는 배우자 출산휴가 15일과 산모 출산휴가 30일의 ‘출산 장려 휴가’ 정책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산모들은 기존 98일의 출산휴가에 30일을 더한 128일의 출산휴가를 보장받게 됐다. 또 ‘만혼과 만육(늦은 출산) 장려’라는 규정을 삭제하고 한 명만 낳았을 경우 국가가 제공하던 각종 장려금도 폐지했다. 또 재혼 가정과 장애인 자녀가 있는 경우 등 몇 가지 예외 조항을 두고 세 자녀 이상을 낳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친구 동료가 부조리를 토로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의 눈물은 희망으로 바뀐 셈이다. 한 번 정해진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방향이 결정되면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이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한국은 과거 시행한 출산 장려책도 각종 논란과 부작용을 낳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한국이 머지않아 중국의 인구 정책을 참고해야 하는 때가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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