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샀다가… 저비용·외국계 항공사 피해 급증

항공기·인력 부족 운항지연 잦아
과도한 수수료·환급불가 정책도

최근2년간 운송서비스 피해 껑충
10만명당 건수 1~4위가 LCC
전체 63.4% 차지 외국계 더 심각

피해구제접수처 의무설치 규정
외국계항공사도 내달부터 적용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32·회사원) 씨는 지난 2013년 12월 인천을 떠나 호주 골드코스트로 떠나는 한 외국계 비용항공사(LCC) 티켓을 예매하고 환급받는 과정에서 온갖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약관 규정에 따라 예매로 지불한 금액의 80%를 환급받을 수 있어 해당 항공사의 한국지사 콜센터와 이메일 등으로 접촉해봤지만 ‘환급은 유효하니 일단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6개월 넘도록 계속됐다. 항공사 SNS를 통해 공개적인 항의 글을 올려도 묵묵부답이었고 해외 지사에 직접 연락해도 다른 부서로 연락하라는 답이 전부였다. 결국 김 씨는 이 항공사에서 보내준 환급 유효 확인 메일을 근거로 자신이 결제한 신용카드 회사에 이의대금 신청서 등을 제출하고 1년 만에 42만 원을 환불받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예매 티켓 취소에 따른 환급이 6개월 넘게 걸린다는 것은 고객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급성장한 LCC 항공사들이 고객 서비스를 외면하면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대중화 바람이 불고 항공서비스 이용객이 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LCC가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외국계 항공사 취항이 늘어나면서 가격 인하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도 드러나는 것이다.

항공사들이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특가 상품 등을 내세우면서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거나 환급 불가 정책을 펼치는 경우가 대표적이고 인력 등 인프라 부족에 의한 항공기 지연, 수하물 분실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여객 운송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접수 건수는 2013년 528건, 2014년 681건, 2015년 900건으로 2년간 무려 7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는 LCC의 부실한 소비자 응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소비자원이 2014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접수된 항공서비스 관련 피해를 항공사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 국적 항공기 이용자 10만 명당 접수 건수의 상위 4위를 모두 LCC가 차지했다. 제주항공이 0.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스타항공 0.57건, 진에어 0.48건, 티웨이항공이 0.29건으로 그 뒤를 따랐다.

외국계 항공사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국내외 항공사 관련 피해 구제 접수 건수 1179건 중 63.4%에 해당하는 748건이 외국 항공사의 몫이었다.

국적 항공사의 이용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도 외국 항공사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건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히 10만 명당 피해 접수 건수에서도 외국 항공사의 수치가 도드라진다. 필리핀의 에어아시아제스트가 21.86건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엑스 16.36건, 인도네시아의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 9.42건, 싱가포르 스쿠트항공이 7.66건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LCC에 대한 소비자 민원 증가 현상이 과도한 가격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가 항공권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해 환급을 원천 봉쇄하는 수법이 공공연히 쓰이는 것이다.

또 소비자원 홈페이지에서는 소셜커머스 등 항공권 판매 경로가 많아지면서 ‘최저가’ 광고에 속았다거나 환급 불가라는 약관이 부당하다는 소비자들의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비용 절감으로 인해 인력 부족에 따른 관리 부실로 발생하는 항공기 지연이나 수하물 분실도 단골 주제다. 위 기간에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유형별 현황을 보면 항공권 구매 취소 시 위약금 과다요구·환급거절 건수는 533건(45.2%)으로 가장 많았고 운송 불이행·지연이 413건(35%), 위탁 수하물 분실 및 파손이 82건(7%)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들은 이런 불만이 외국계 항공사에 의해 발생할 땐 더욱 골치가 아프다고 입을 모은다. 환급 요청을 접수하고 나서도 3∼4개월은 기본이고 최장 1년 이상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13년 10월 한국을 오가기 시작한 에어아시아제스트는 무성의한 환급 정책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환급 경험담이 하나의 팁처럼 공유되고 있을 정도다.

포털사이트에 ‘에어아시아 환급 방법’을 검색하면 해외 본사와 연락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1시간 이상 대기는 기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공개적 요구, 카드회사와 연계해 압박을 펼치는 전략 등이 상세하게 나온다.

봇물 이루듯 나타나는 항공 관련 소비자 불만에 정부 당국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국토교통부는 일단 지난 2013년 말부터 외국계 항공사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 외국 항공사도 국내 소비자 피해 구제 접수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항공교통서비스 평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항공법 개정안을 오는 2월 2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외국 항공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갑질’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현행법이 이 조항 적용 대상을 국내 항공사로만 국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소비자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소비자 피해 구제 합의율이 높아지는 점도 고무적이다. 위 분석 기간에 소비자원의 합의권고를 받아들여 계약해제, 배상, 환급 등으로 합의 처리된 사건은 40.5%(478건)에 달한다. 지난 분석기간(2013년 1월∼2014년 9월)의 합의율인 30.1%에 비해 10.4%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 해제 시 위약금이 항공사별·노선별로 다르고 특히 특가항공권의 경우 항공사가 자체 약관을 내세워 환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구매하기 전 약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입증 자료를 수집하는 준비성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정선·이근평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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