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후문 앞에서 시민단체 부산겨레하나 소속 회원이 서울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지켜 달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겨레하나 회원들은 지난 7일부터 매일 낮 12시 1시간 동안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후문 앞에서 시민단체 부산겨레하나 소속 회원이 서울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지켜 달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겨레하나 회원들은 지난 7일부터 매일 낮 12시 1시간 동안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동부지법 첫 공판
지식인 “학문자유 제한” 비판

“민사판결 자체도 증거 능력”
법조계 일각 판단…귀추 주목
日언론 “정부합의 반발 탄력”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자발적 매춘부’ 등으로 표현해 논란이 된 책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에게 법원이 민사재판을 통해 9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형사재판에 귀추가 주목된다. 형사재판은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민사 재판의 판결 내용이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판단이다.

서울동부지검은 허위 사실을 서술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박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고, 2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 11부(부장 하현국) 심리로 첫 공판이 열린다.

당시 검찰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유엔인권위원회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대한민국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근거로 책에 기술된 “일본군 위안부는 기본적으로 매춘의 틀 안에 있는 여성”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동지적 관계였다” “위안부는 피해자였지만 식민지인으로서 협력자이기도 했다” 등을 허위사실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문화·학계 지식인 192명은 “검찰의 결정은 국가가 원한다면 위안부 문제를 넘어 역사 문제 일반과 관련해서도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 민사 14부(부장 박창렬)가 13일 “피해자들이 생존하는 경우라면 피해자들의 인격권이 학문의 자유에 대한 보호보다 상대적으로 중시될 수 있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런 판단이 20일부터 시작되는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 재판은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민사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그대로 형사에서도 통할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판결로서 증거 능력을 가지기 때문에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민사재판부는 “이 책에서 ‘위안부 대다수는 가라유키상(19세기 후반 해외 원정 성매매를 한 일본 여성들을 지칭)의 후예’ ‘오히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등 10개 부분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본인의 선택에 의해 매춘업에 종사한 사람임을 암시해 허위사실임이 인정된다”고 밝혔으며 “‘일본 제국에 대한 애국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등 22개 부분은 인격권을 침해하는 의견표명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박 교수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과 관련, 일본의 보수 성향 언론들은 지난해 말 한·일 정부 간에 타결된 위안부 합의 이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14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판결에 대해 “명예회복을 요구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주장이 인정됨에 따라 향후 한·일 정부의 합의에 대한 (한국 내) 반발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합의 이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효목·박준희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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