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인천운항훈련센터에서 조종사들이 A380 기종 조종석을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인천운항훈련센터에서 조종사들이 A380 기종 조종석을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인력 보충’ 강화

저비용항공사(LCC)와 중국, 중동 등 해외 항공사가 양적 팽창을 거듭하면서 국내 민간 항공사 조종사 인력 시장과 이직 현상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조종사 부족 현상과 운항 안전성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조종사 양성 인프라가 더욱 다양화·체계화되고 있어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항공시장은 항공교통량 기준으로 연평균 6%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4년 176대에 불과했던 국적항공사의 항공기 대수는 2016년 기준으로 300대를 훌쩍 넘었다. 조종사에 대한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 민간항공사 조종사 숫자는 총 5280명이며 2016년 이후 매년 400여 명의 조종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 중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중국 항공사들은 자체 양성 중인 부기장들이 기장이 될 때까지 단기적으로 기장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국내 조종사 인력 시장을 끊임없이 노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조종사들의 이직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의 경우 2013년 21명에 그쳤던 이직 조종사가 2015년에는 122명으로 늘었다. 이 중 중국 항공사로의 이직은 같은 기간 7명에서 46명으로 국내 LCC로의 이직은 6명에서 75명으로 증가했다. 빠른 기간 내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해 국내 LCC로의 이직이 더욱 눈에 띈다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항공사에서는 안전과 경험을 중시해 부기장에서 기장으로의 승진에 약 10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LCC에서는 4년여 정도면 기장 승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조종사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유출된 만큼 채용 규모를 늘리는 한편 다양한 방식으로 새 인력을 보충해 나가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 2013년 161명이던 대한항공 조종사 채용 인원은 2015년 237명으로 2년 새 47.2%가 늘었다. 베테랑 외국인 조종사 영입도 활발하다. 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들은 평균 1만 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갖고 있을 정도로 숙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 조성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1500명의 조종인력을 국내에서 양성한다는 목표로 2014년부터 무안공항의 활주로와 격납고를 국내 민간대학에 제공하고 올해에는 울진비행훈련원과 연계해 제트교육과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도 체계적인 조종 인력 양성과 항공산업 저변 발전을 위해 지난 2003년 한국항공대 비행훈련원으로 모든 조종훈련생 교육과정을 이관한 뒤 순수 민간 전문교육프로그램인 APP(Airline Pilot Program) 과정을 통해 연간 60여 명의 신규 조종사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400여 명이 넘는 신규 조종인력이 양성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 수요와 이직 증가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만큼 막연한 우려보다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세계적인 조종사 이직 트렌드를 사전에 인지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채용 채널을 다양화하는 등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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