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타로는 필요한 그림과 필요하지 않은 그림을 명확하게 구분해내는 작가다. 어린이가 이 장면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 이야기 속에서 누구를 궁금해하는지 잘 안다. 당연히 그의 그림책에는 꼭 있어야 하는 것만 들어 있다. 고양이가 걷는 담장을 그릴 때는 다갈색 담장만 그리고 하늘이나 땅바닥은 하얗게 비워둔다.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는 고양이의 걸음걸이에 한껏 집중할 수 있다. 사물의 형태는 뚜렷하고 인물의 표정에는 감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림체가 간결해서 짤막한 선 몇 개로 그 다양한 표정을 나타낸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래서 고미 타로의 그림책은 유아들의 베스트셀러다. 어린이는 어른들이 우물쭈물 대답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건 뭐야?”라고 물었을 때 “당근!”이라든가 “도마뱀이야.”처럼 곧바로 시원한 대답을 들으면 그 답을 디딤돌로 얼른 다음 상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눈에 척척 보이고 장면이 금방 넘어가는 고미 타로의 이야기는 상상에 분주하고 성미 급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배웠어’는 배움과 성장에 대한 그림책으로 사람이 누구 덕분에 자라나게 되는지 뚝딱 알 수 있다. 세상 만물은 우리들의 선생님이었다. 주인공의 말처럼 우리는 멋있게 달리는 건 말에게, 기분 좋게 산책하는 건 닭에게, 땅속의 비밀을 개미에게 배웠다. 물론 배우지 못한 것도 있다. 작은 새는 우리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끝내 가르치지 못했지만, 노래 부르는 걸 가르쳐주었다. 이 그림책은 “이제 학교 가는구나. 가서 공부 열심히 해야지”라는 말의 무게를 벌써부터 깨닫고 걱정이 많은 입학 전 어린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배운다는 것은 아주 간단하고 즐거운 것이다. 한꺼번에 다 배우려면 어렵지만 하나하나 배우는 건 금방 끝난다. “나는 원래부터 생각하고 배우는 걸 좋아해”라는 마음가짐 하나만 있으면 된다. 학교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 중 하나일 뿐이다. 학교에 가면 나랑 비슷한 친구들도 많이 있으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1945년생인 작가 고미 타로는 지금까지 450여 권의 그림책을 냈다. 그의 그림책 세계는 “걱정하지 마. 복잡하지 않아. 안심해”라는 말로 간추릴 수 있다. 그림을 잘 보면 주인공의 책꽂이에 놓인 책의 번호 순서가 틀렸다. 하지만 그건 아무 문제도 아니다. 배워서 잘 꽂으면 되니까 말이다. 뒷장을 넘기면 흰 콧수염 선생님이 나란히 적힌 숫자판을 들고 환하게 웃는다. 학교는 이렇게 다정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작가는 독자를 다독인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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