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은 승무원들의 기념사진. 우주정거장은 인간이 더 먼 우주로 나가기 위해 연구하는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은 승무원들의 기념사진. 우주정거장은 인간이 더 먼 우주로 나가기 위해 연구하는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86년 미국 유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며칠 전 비행 훈련을 받던 7명의 승무원들 모습. 챌린저호는 발사과정에서 폭발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돼 큰 충격을 줬다.
지난 1986년 미국 유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며칠 전 비행 훈련을 받던 7명의 승무원들 모습. 챌린저호는 발사과정에서 폭발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돼 큰 충격을 줬다.

스페이스 크로니클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에이비스 랭 엮음, 박병철 옮김 / 부키

가장 과학적으로 보이는 우주탐사는 실은 가장 정치적이다. 우주 탐사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는 냉전체제 속에서 이뤄졌다. 구소련이 세계 최초의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자 미국은 우주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듬해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탄생됐다. 경쟁은 치열했다. 미국은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켰고, 소련은 우주정거장을 만들었다.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되는 우주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됐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되면서 경쟁은 시들해졌다. 우주개발은 인류의 위대한 진보나 위험을 불사하는 도전정신으로 포장됐지만, 당시 강대국의 우주 경쟁이란 과학이 아닌 ‘안보’의 차원이었다.

미국의 우주계획을 바라보는 몇 가지 견해. 첫 번째는 과학적 가치가 전혀 없는 ‘세금 먹는 하마’라는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 덕분에 새로 알게 된 과학적 지식은 하나도 없으며 유인 우주계획이란 대통령과 나사의 유치한 합작품이라는 게 이쪽 편에 선 이들의 주장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유인 우주계획의 추진 과정에서 지구과학, 태양물리학, 행성과학 분야에서 개발한 것들의 훌륭한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쪽이다. 이를테면 나사의 연구를 토대로 상용화된 GPS, 신장투석기, 유해가스 감지장치, 에너지절약형 건설자재, 라식수술 같은 것들이다. 여기다가 일자리라는 경제적 이득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양쪽의 의견 모두를 비판한다. 우주계획이 과학적 가치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나, 우주계획의 효용성을 우주 탐사가 아니라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기술을 향한 꿈’ 쪽에서만 찾으려는 이들의 시선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우주 탐험이 우리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들려준다.

책에는 인류가 왜 우주로 나가려고 하는지, 먼 우주를 어떻게 가는지, 또 우주 계획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엮은이가 따로 저자의 글과 연설문, 인터뷰 등을 모아 출간한 책이라 칼럼 형식의 글이 있는가 하면 우주개발의 연대기도 있고, 심포지엄 연설문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에 바치는 시도 있으며 유력 언론들과 나눈 인터뷰 대화도 끼워져 있다. 그 사이사이에 별의 형성과 진화부터 우주선이 동력을 얻는 메커니즘, 최첨단의 기술과 그 기술의 개발 과정 등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이 책이 가진 덕목 중의 하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적 기술적 개념을 독자들이 소화하기 좋게 다듬어 놓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지구상에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제할 돈도 부족한 판에 우주에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붓는지 묻는 질문 앞에서 그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구충돌 가능성을 위협적으로 언급한다. 6500만 년 전의 운석충돌이 언제든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9년에 축구경기장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갈 예정이다. 이게 소위 ‘중력구멍’이라 불리는 고도까지 접근한다면 그다음 재상봉 일인 2036년에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의 태평양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면 5층 높이의 쓰나미가 북미대륙 서부연안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급하게 우주계획의 일환으로 지구와 겹치는 궤도의 소행성 목록을 작성하고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폭파하거나 중력 견인기를 접근시켜 진행방향을 바꾸는 식으로 위험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전 세계 180개국에서 방영됐던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 진행자 겸 내레이터로 출연해 시청자들을 우주의 광대한 시공간으로 안내했던 인물이다.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과학과 대중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주개발에 대한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려 애를 쓴다.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개인이건 국가건 가시적인 경제적 이득만을 좇는 시대에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우주개발 프로젝트의 확대는 쉽지 않은 일. 더 많은 자원과 투자가 우주개발에 쓰이게 하려면 이렇듯 대중적 공감을 통한 여론의 호응만이 방법이리라.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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