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취향

새해를 맞아 스스로 선물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주는 선물’. 낯설긴 하지만 그래도 선물이니 평소엔 사기 좀 아까운 제품으로 골라야 겠죠.

첫 번째 후보는 만년필입니다. 그동안 제게 만년필은 무거운 고가품, 그래서 들고 다니기 조심스러운 물건이란 인식이 있었습니다. 재킷의 포켓에 꽂는 건 너무 ‘올드’하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불편합니다. 중요한 회의나 소중한 약속에나 써야 할 것만 같습니다. 그 무게만큼이나 부담스러운 필기구였죠. 제가 선물하려는 건 보다 일상의 필기구에 가깝습니다. 펜대는 플라스틱으로 가볍고 스틸 펜촉은 적당히 눌러써도 구부러지지 않습니다. 잉크 교환도 컨버터에 잉크를 채워 쓰거나 카트리지를 사서 교환하면 되니 손쉽습니다. 하지만 만년필 특유의 펜촉 끝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은 여전합니다. 쓰는 재미가 쏠쏠해 무엇이든 더 쓰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죠. 새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나 업무 아이디어 등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싶을 때. ‘가벼운’ 만년필은 선물 1순위입니다.

두 번째는 다이어리입니다. 연말이면 회사를 비롯해 이런저런 곳에서 받은 다이어리들이 책상 한쪽에 쌓이죠. 단순히 줄만 그어진 노트 형태가 있고 매일의 일과를 잘 정리할 수 있게 일별로 구분되어 있는 것도 있죠. 사전 마냥 두꺼운 종이를 앞 뒤에 대어 고급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물론 큼지막한 기업명이나 브랜드 로고와 함께. 사실, 이렇게 공짜로 얻은 다이어리에는 손이 잘 안 갑니다. 왠지 업무 이야기만 잔뜩 써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오롯이 저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다이어리를 한 권 갖고 싶습니다. 너무 두껍지 않은 표지에 일과와 일상이 적절히 녹아들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면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표지는 가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한 브랜드에서는 스타워즈 컬렉션 다이어리를 출시했습니다. 7번째 에피소드가 나오는 올해인 만큼 훗날 표지만으로 많은 것들이 기억날 테지요.

마지막은 가방. 그중에서도 작은 손가방인 클러치입니다. A4 용지 서류가 들어갈 만한 작고 얇은 사이즈면 충분합니다. 외부 미팅을 갈 때마다 봉투나 투명 파일에 서류를 담아 들고 한 손엔 휴대전화와 노트를 들고 가곤 하는데 왠지 좀 볼품이 없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출퇴근용 큰 가방에 담아 미팅에 가기도 어울리지 않고요. 이럴 때 클러치 하나 있으면 참 좋습니다. 남자가 무슨 클러치냐 하지만 단거리 이동에 이만큼 유용한 것도 없습니다. 서류, 노트, 펜, 스마트폰을 모두 넣어 클러치 하나만 들면 되니 얼마나 편한지요.

세 가지 후보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곤혹입니다. 그냥 다 선물하려고 합니다. 클러치 안에 다이어리와 만년필을 넣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행복해 지겠습니다. 2016년을 기대해 봅니다.

지승렬 LF 브랜드마케팅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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