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몇만원이라도 싸게…
겨울방학 맞은 대학생 유혹
취업 못한 강사 넘쳐 부채질
작년 455건 적발 2.5배 폭증
후불땐 처벌 어려워 더욱 기승


장기 불황 속 대학 겨울방학을 맞아 불법 운전 교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려운 운전면허시험’이 예고된 가운데, 십만 원이라도 싼값에 운전 교습을 받아 쉬운 면허 시험 제도 아래에서 면허를 따려는 수요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 탓이다. 특히 운전면허 교습을 할 수 있는 강사 자격증은 있는데 운전면허학원에 취업하지 못한 3만3000여 명의 ‘백수 강사’들이 불법 운전 교습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5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따르면 불법 운전 교습을 안내해 주는 사이트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서울 송파구 소재 한 업체는 “30만 원을 내면 7시간 교습 후 면허를 딸 수 있다”고 광고했다.

강남구에 있는 또 다른 업체는 “22만 원에 8시간이면 면허를 딸 수 있고, 불합격 시 1∼2시간씩 추가로 무상교육을 해준다”며 수강생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취재 결과, 이들 업체는 경찰청에 등록돼 있지 않은 불법 업체였다.

이들 무등록 업체는 수강 취소 시 수강료 반환이 안 되고, 교습 도중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보험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청 집계 결과 불법 운전 교습을 하다 적발된 사례는 2015년 455건으로, 2014년 130건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불법 운전 교습이 성행하고 있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의 경우 비싼 학원 수강료가 부담스러워 단돈 몇만 원이라도 싸게 운전 교습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면허 시험이 너무 쉽다’는 여론에 따라 조만간 운전면허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불법 운전 교습 업체 성행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법 운전 교습 시장에 꾸준히 공급되는 ‘백수 강사’도 한몫하고 있다. 경찰청 파악 결과, 운전면허 교습을 할 수 있는 기능강사자격증 보유자는 3만7992명에 이르지만, 운전학원 취업자는 4632명에 불과하다. 취업률이 12.2%에 그치는 것이다. 경찰은 자격증 보유자가 더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격증 시험을 1년에 두 차례씩 치러오다 2014년부터는 한 차례로 줄이는 극단적인 처방을 하기도 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선불이 아닌 후불로 교습료를 받을 경우 처벌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점 등 법적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법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불법 교습 업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운전면허 교습을 하다 적발되면 ‘아직 교습료를 받지 않았다’면서 발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같은 경우는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불법 운전면허 교습을 근절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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