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자카르타 테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14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자카르타 테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印尼 테러범 5명 등 7명 사망
“말레이·필리핀·태국도 위험”

일반인 상대 시내 번화가서
폭발물 터뜨리고 총격 벌여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파리와 이스탄불에 이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일반인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타깃 테러를 감행하며 전 세계가 IS의 테러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14일 자카르타 시내 사리나 쇼핑몰에서 폭탄 테러와 총격전이 벌어져 테러범 5명, 민간인 2명 등 모두 7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 이번 테러는 방어 능력이 없는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타깃 테러로 IS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IS 홍보조직 알하야트는 이날 인터넷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칼리파의 전사들이 IS에 맞서는 십자군 동맹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티토 카르나비안 자카르타 경찰청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시리아 락까에 근거지를 둔 IS 대원들이 이번 테러의 배후에 있다”고 밝혔다.

IS가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도시에서 소프트타깃 테러를 저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산발적인 테러가 발생했지만 IS와 같은 단체가 다수의 조직원을 동원해 번화가 한가운데서 폭탄과 총기를 사용한 공격을 벌인 적은 없었다.

이날 테러는 지난해 11월 13일 130명이 희생당한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와 10명이 사망한 12일 터키 이스탄불 술탄아흐메트 광장 테러에 이어 발생한 것으로, IS가 유럽에서 아시아로 동진(東進)하며 전 세계를 테러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NYT는 인도네시아 외에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주요 동남아 국가 모두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중부군 사령관도 플로리다 주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쇠퇴하게 되면서 이번 주 발생한 이스탄불, 자카르타 테러와 같은 공격을 전 세계에서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IS는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수세에 몰려 주의를 돌리고자 한다”며 “이러한 테러는 그들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테러를 벌인 IS 조직원들이 파리 연쇄 테러와 유사한 형태로 테러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경찰 역시 이번 테러가 파리 테러를 모방한 것으로 보고 IS 연계 인도네시아인 극단주의자 바룬 나임을 배후로 지목했다.

현재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임은 파리 연쇄 테러 직후인 지난해 11월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파리 테러는 많은 이들을 죽였고, 시간과 목표물 설정 등이 매우 구체적이고 계획적이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영감을 줬다”는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나임의 게시물 외에도 IS는 최근 “자카르타에서 콘서트(테러를 뜻하는 IS의 은어)를 열 예정으로 국제적인 뉴스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테러 우려가 고조돼 왔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해 말 테러를 준비하던 IS 대원 등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을 체포하고 공격에 대비해 경찰과 군 병력을 늘렸지만 결국 이날 테러를 막지 못했다. 현지 언론들은 IS가 지난해 12월 31일 테러를 감행하려 했으나 경비가 강화되자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14일 IS의 자카르타 테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대테러 공조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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